서울 전역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하고 있다. 뉴스1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수요가 올여름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전력 공급 여력은 아직 안정적이지만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과 전력도매가격(SMP)이 함께 오르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부담도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5일) 최대전력 수요는 오후 7시 기준 93.3GW(기가와트)로, 올여름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일일 최대전력은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지난해 같은 날보다 낮았지만, 이달 들어 기온이 급등하면서 전년 같은 날보다 3~8%가량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육지와 전력 수급을 별도로 집계하는 제주는 지난 4일 오후 7시 최대전력이 1.19GW(1186.3MW)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2024년 8월 5일 기록한 1.18GW였다.
전력수요는 휴가철이 끝나고 산업용 전력 사용이 늘어나는 이달 중순까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8월 셋째주 98.8GW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종전 역대 최고치인 2024년 8월의 97.1GW를 넘어서는 수치다.
공급 여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 5일 전력 예비율은 12.9%로, 통상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되는 10%를 웃돌았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전과 석탄, LNG 발전이 충분히 가동되고 태양광도 기여하고 있어 현재 냉방 수요를 감당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태양광 발전 비중이 커지면서 날씨에 따라 공급이 들쭉날쭉한 변동성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조 교수는 “태양광은 기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고,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 발전량이 줄면 그만큼 다른 발전원으로 빠르게 보충해야 한다”며 “앞으로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전력수요가 본격적으로 늘면 더 많은 발전설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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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증가는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도 키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SMP는 지난 3일 일평균 kWh(킬로와트시)당 152.6원을 기록한 뒤 연일 15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1~6일 일평균 SMP의 단순 평균은 151.3원으로, 정부가 추산한 한전의 연평균 손익분기 SMP인 kWh당 146원을 웃돈다. SMP가 오르면 한전의 가장 큰 비용 항목인 전력구입비가 늘지만,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전기요금에는 원가 상승분이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SMP가 연평균 손익분기점을 장기간 웃도는 가운데 폭염으로 전력 구매량까지 늘면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SMP 상승은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발전용 LNG 가격이 오른 영향이 크다. 전력수요가 늘면 원전과 석탄만으로 수요를 채우기 어려워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이 추가 투입되면서 SMP도 오르게 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달 일반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을 GJ(기가줄)당 2만2726원으로 책정했다. 지난달보다 10.7% 오른 것으로,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인상이다. LNG 가격과 전력수요 증가가 이어진 탓에 이달 월평균 SMP가 150원을 넘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월평균 SMP가 150원을 넘긴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컸던 2023년 7월이 마지막이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4000억원, 부채비율은 401.4%로 여전히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러우 전쟁 이후 쌓인 적자를 아직 다 회복하지 못했는데 다시 적자가 날 수 있어 3~4분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도매가격이 오르면 소매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