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엄마는 널 키우며 행복했어”…뇌전증 아들, 4명 살리고 떠났다

중앙일보

2026.08.06 06:11 2026.08.06 13:3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기증자 소인후(오른쪽)씨와 어머니 양영희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소인후(오른쪽)씨와 어머니 양영희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출생 직후 뇌전증을 진단받아 평생 투병한 30대 남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일 전북대병원에서 소인후(34)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6일 밝혔다.

199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소씨는 생후 7개월 무렵 팔다리를 오므리는 경기 증상을 보였고, 이후 뇌전증을 진단받아 약물치료를 이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 있었지만, 20대 초반 심한 폐렴으로 기관삽관을 받고 장기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했다. 이후 거동이 어려워져 10여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누워 지내며 가족의 돌봄을 받았다.

지난 6월 6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고인의 일부라도 어딘가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어머니 양영희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오래 아팠던 아이라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있을지 먼저 물었다”며 “다른 생명을 살렸다는 말을 듣고 감사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소씨는 어린 시절 경기 이후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전했다. 어머니가 말을 걸면 미소로 답하는 등 늘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고 가족은 전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보낸 그는 애국가를 듣거나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아침에 쉽게 잠에서 깨지 않을 때도 애국가를 들려주면 눈을 떴고, 스포츠 경기가 나오면 텔레비전 쪽으로 몸을 돌려 환하게 웃었다. 병원 방문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한두 차례 휠체어를 타고 동네를 산책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양씨는 “그런 아들이 오랜 돌봄의 시간을 견디게 한 힘이었다”며 “내가 아들을 살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들이 나를 살게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일찍 헤어져 아쉽고, 너를 보지 못해 속상하다. 인후야,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한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 엄마 마음속에는 네가 항상 함께하고 있을 거야. 엄마는 너를 키우며 많이 행복했어. 너를 잊지 않아. 그리운 내 아들, 너무 보고 싶다”고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현예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