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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200명 몰려들었다, 울고싶은 인천공항

중앙일보

2026.08.06 08:03 2026.08.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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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벤치에서 한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는 모습. 변민철 기자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벤치에서 한 노숙인이 잠을 자고 있는 모습. 변민철 기자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출국하려는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벤치 등 휴식공간 곳곳에서 얼굴을 가리고 누워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얼핏 봐서는 여행객과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옆에 놓인 공항 카트에 실어 놓은 이불이나 옷가지 등 살림살이가 노숙인임을 짐작게 했다. 몇몇 노숙인은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해 유튜브를 보는 등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최근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천공항에는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모든 노숙인이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거나 음주를 하는 등 민폐를 끼치고 있다. 유아휴게실이나 직원휴게실 같은 용도가 정해진 곳을 무단으로 점거하거나 심한 경우 편의점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한 환경미화 직원은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노숙인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소변을 아무 데나 보고 그대로 돌아다니기도 한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우리가 가서 즉각 치우고 있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서비스에 노숙인 모니터링을 맡기고 있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는 노숙인을 장기(2주 이상)와 단기로 나누어 관리한다. 이런 노숙인은 인천공항 1~2터미널을 합쳐 평소 수십에서 많을 때는 200여 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휴가철을 맞아 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노숙인들의 행동을 평소보다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숙인들을 설득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마땅한 방법은 없다. 이날 만난 노숙인 대부분은 “어디서 왔느냐” “얼마나 공항에서 지냈느냐”는 질문에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공항 직원들도 이들을 설득해 다른 곳으로 이동을 권하고 있지만, 되레 화를 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인천공항공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입장에서는 이들이 소란을 피우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공항시설법에 근거해 노숙인들에게 부과하는 퇴거 명령서도 법적 강제성은 없다.

퇴거명령서에는 ‘즉시 노숙을 중단하고 여객터미널 밖으로 퇴거하시길 바랍니다. 퇴거 요청에 불응할 경우 공항시설법 67조2에 의거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집니다’라고 적혀 있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 관계자는 “최근에 계도 횟수를 늘려 귀가나 이동을 적극 권유하고 있지만, 소통이 어렵다”면서 “가족들 연락처를 알아내 소통도 해봤지만, 가족들 역시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거리 노숙인 지원 단체인 ‘홈리스 행동’은 인천공항공사가 벌이는 노숙인 계도에 반발해 지난 3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홈리스 행동은 “홈리스가 인천공항에 머무는 것은 다른 선택지를 갖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국가의 책무 방기로 발생한 위난을 임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적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항공사는 인천시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협력해 실질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항 내 소란·불통이 생기는 상황에 대해서 이동현 홈리스 행동 활동가는 “주체와 상관없이 위법 행위로만 판단되면 될 것”이라면서도 “관련 법을 과대 적용해 처벌하려는 것은 문제다. 홈리스는 주거지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변민철.한찬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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