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간엔 ‘살자니 종부세, 팔자니 양도세, 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라는 얘기가 돈다. 가히 틀린 말이 아니다. 한국의 상속·증여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최고세율 50%). 여기에 이번 세제 개편에서 고가·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면서 종부세와 양도세가 크게 무거워진다.
정부 고가·비거주 중과세 예고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어렵게 돼
징벌적 과세에 노인·세입자 피해
그렇다고 세입자 사정이 좋아지기는커녕 악화되게 생겼다. 비거주 1주택자들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선 실거주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전월세 매물이 더 줄어들고 전월세값이 더 뛸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부터 공인중개사들까지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문재인 정권 시절 임대차3법 강행으로 집주인이 세 놓은 집에 대거 들어오면서 벌어졌던 전월세 대란이 꼭 그런 경우였다. 세입자에겐 ‘안 사자니 전월세·아파트값 급등세’인 상황이다.
올해 세제개편안엔 국민 보통의 삶과 배치되는 것이 적지 않다. 우선 비거주와 실거주의 지나친 구분. 양도세와 종부세의 경우 비거주하는 주택의 공제 혜택을 없앤다. 취학·전근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비거주를 ‘거주’로 인정해 준다지만, 그것도 다른 시·군으로 이주할 때만 해당된다. 가령 서울 안에서 이사하는 경우엔 적용 불가. 거주 이전의 자유를 크게 옥죈다고 할 수밖에 없다.
1주택자라도 고가의 경우 종부세는 호랑이처럼 무서워진다. 최고세율은 약 두 배로 뛴다(2.7%→5%). 시가 46억원(과표 12억원) 아파트의 경우 종부세가 1.3%에서 2%로 오르는데, 단순 계산으로 20년간 내는 종부세가 과표의 수십%다. 재산세는 물론 별도다. 이러면 국가가 세금으로 재산을 서서히 몰수하는 거나 다름없게 된다.
양도세 부담을 좌우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는 보유 혜택은 사라지고 거주 혜택만 남은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뀌는데 공제한도가 신설돼 2028년엔 20억원, 2029년 이후엔 10억원이 공제 최대한도다. 집값이 수억원, 수십억원 올랐는데도 ‘장특’ 혜택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이들을 배 아파하는 시각이 반영된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전제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집값의 안정이다. 집을 판 뒤 세금(양도세) 내고 나서 최소한 비슷한 환경, 비슷한 규모의 집으로 이사 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양도세 내고 나면 집을 줄이거나 더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 많은 이가 이사 갈 마음을 접을 것이다. 이 한도는 ‘이사의 자유를 꺾는 장치’가 될지 모른다. 그래선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소득 없는 고령자의 현실적 대안은 수도권 고가 주택을 팔고 집값 싼 비수도권으로 옮겨가는 것일 테다. 그러나 수십 년 살아 온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에서 맞는 노후의 삶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인을 지방으로 강제이주 시키는 ‘고려장 세법 개정안’이라는 냉소는 흘려들을 사안이 아니다.
세제개편안엔 부동산 양도세가 근로소득세보다 과도하게 낮아 불공평하다는 이재명 정권의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근소세는 1년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지만, 양도세는 길게는 수십 년 보유로 불어난 재산에 대한 세금을 한꺼번에 물리는 거다. 단순 비교가 적절치 않다. 세제 당국도 그 정도는 알 텐데, 정작 세제는 고가 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흐르고 있다. 이런 게 국민을 갈라치는 포퓰리즘이다.
사실 집값 급등은 공급엔 소홀하고 수요만 억누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것이다. 그래 놓고선 집에 사는 것도, 집을 파는 것도 어렵게 하는 세금 카드를 꺼냈다. 시장도, 민심도 두렵지 않은 것인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에서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까지, ‘주거의 자유’에 대한 억압 시대가 도래했다. 세금도, 규제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리고 권력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거기엔 예외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