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중국·러시아와의 지역 분쟁에서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전술핵무기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로운 핵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NBC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낮은 장거리 전략핵무기보다 제한된 표적을 겨냥하는 단거리 전술핵이 중국과 러시아의 전쟁 의지를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NBC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감독하는 새 핵전략 초안에는 단거리 전술핵무기를 중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무기는 전략핵과 전술핵으로 나뉘는데, 전략핵은 대규모 위력을 통해 전쟁을 끝내거나 적국의 핵전력을 파괴하는 무기다. 반면 전술핵은 적 부대나 기지 등 제한된 표적을 공격하는 무기다.
기존 미국의 핵전략은 적국의 핵 공격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핵을 통해 대규모 보복을 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 본토가 공격당한 것처럼 대응한다는 원칙(확장억제)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미 동맹국에 핵 공격을 벌였을 때 미국이 자국의 핵 보복 위험을 감수하며 대규모 전략핵을 쓸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새 핵전략은 ‘확장억제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NBC는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신뢰할 수 있는 핵 옵션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제 쓸 수 있는 다양한 대응 수단을 제공해야 억지력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전략핵보다 전장의 제한된 표적을 공격하는 전술핵무기 사용을 강조해 핵무기를 실제 작전에 쓸 수 있는 선택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돼야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국 등에 핵 공격을 할 위협이 억제된다는 논리다.
미 국방부의 새 핵전략은 한국과 일본 안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의 대만해협 충돌이나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전술핵을 핵심 대응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한미군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전술 핵무기를 전면 철수했다. 다만 전술핵에 대한 우려도 거세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져 재래식 전쟁이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