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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시 폭락 겪고도 “경제 견실” 딴소리하는 정부

중앙일보

2026.08.06 08:22 2026.08.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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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 정책 혼선을 지적한 외신 보도에 잇따라 해명과 반박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에 경제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식으로 초점에서 비켜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한국이 투자부적합(uninvestable) 국가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은 한국 증시가 단 27거래일 만에 40%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 심리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동성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국민연금의 석연치 않은 국내 투자 비중 확대 등 정책 혼선을 꼽았다.

이에 대해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어제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견실하고, 전례 없는 성과를 시현 중”이라며 “증시 변동성 완화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가지수도 안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강조하며 “투자 부적격 국가로 평가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공식 반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 부총리의 반박을 들은 많은 투자자는 어이없었을 것이다. 어제도 코스피 시장에선 삼성전자(-6.3%)와 SK하이닉스(-10.37%)가 급락하며 어김없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46번째 사이드카다. 이게 부총리가 주장하는 주가지수 안정화의 모습인가. 금융시장이 망가지는데도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부총리의 모습은 30년 전 외환위기가 덮칠 당시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했던 IMF의 펀더멘털론이 떠오르게 할 정도다.

정작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경제팀은 위험성이 큰 상품을 도입하면서도 사전에 취약성을 점검하는 절차(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어제 “지금은 대책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라며 답을 비켜나갔다. 그러나 이런 책임 회피성 대응은 정부 정책 역량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보았건만 불이 난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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