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을 두고 ‘21세기 고려장’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재개발·재건축과 신규 택지 개발 등 가능한 공급 수단을 동시에 추진해야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서울시가 6일 개최한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공급 확대와 전월세 대책 마련 등 시장 안정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시민들과 공인중개사, 교수, 부동산 전문가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노희천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세금 부담이 커지면 결국 집주인이 이를 전월세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노향남 공인중개사는 “서울 아파트는 실거주 매매만 가능한데, 대출을 규제하면서 전월세 임차 물건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고, 김용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특별시남부회장도 “집값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세제 개편으로) 1주택자까지 실거주해야 하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어 전월세 공급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제경 소장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양도세를 규제(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양도세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종합부동산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보유세를 확대해 소득 없는 고령자에게 임대료 감당을 못 하면 지방으로 떠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그간 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모르겠고 이제 쓸모없으니 지방으로 떠나라는 식의 (정책이) 21세기 고려장 아니냐”고 했다.
김준영 서울시 정비사업연합회장은 “보유세·양도세를 더 내라고 하는 세제개편안은 ‘국가 정책’이 아니라 ‘국가 폭력’이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리서치랩장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재개발·재건축과 신규 택지 개발 등 가능한 공급 수단을 동시에 추진해야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대사업자를 공급 주체로 인정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왕규 언더스탠딩 세무사는 “이번 세제 개편에서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말했고,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정부 대책이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정부의 주택 정책은 마치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한다”며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내려간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민간의 공급을 장려하고 민간이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안은 ‘집값은 잡지도 못하면서 전월세만 올려놓는 것 아니냐’고 요약할 수 있겠다”며 “조만간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고되는데, 정부 대책이 나오면 서울시가 도울 건 돕고, 원칙을 견지할 건 지키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오 시장은 이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부지만큼은 반환받은 부지 전체를 녹지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