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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Little blur

Los Angeles

2026.08.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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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앞에는 후디의 모자를 눌러쓴 라티노 청년이
 
오른쪽에는 덩치 큰 아르메니아인이
 
핸드폰을 보고 있습니다
 
 
 
왼쪽 유리창에 왼쪽 팔꿈치를 올리고
 
눈을 감아봅니다
 
 
 
오른쪽 자리에 오른팔을 올리고
 
눈이 사선으로 떨어지며 이마에 부딪히던
 
인천 계양역 플랫폼을 떠올렸습니다
 
 
 
생각의 가지가 여기저기로 퍼지고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시골집 뒷산에서
 
산속 바닥 깊은 곳에 숨겨 놓은 열매를 찾아 헤맨
 
어치의 발자국이 떠올랐습니다
 
 
 
창틀을 타고 올라온 엔진의 진동이
 
왼쪽 팔꿈치를 타고 머릿속을 흔드는 동안
 
오른쪽 아르메니아인의 핸드폰 화면은
 
쉼 없이 푸른 반사 빛을 바꾸며 깜빡입니다
 
 
 
덜컹, 방지턱을 넘는 버스의 무게를 따라
 
유리창에 기댄 고개가 툭 꺾입니다
 
 
 
허공으로 흩어지지 못한 말들이
 
기어이 차창 밖 어둠 속에 얼룩으로 남습니다 

김혜석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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