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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저력

Los Angeles

2026.08.0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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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7월23일,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한창 활동할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그의 소설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는 독자들의 추모와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깟 일본 소설가 하나의 죽음이 무슨 기삿거리가 되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미친 영향은 막대했다. 가령, 한국 교보문고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소설가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차지했는데, 2위와의 차이는 근소했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4위를 기록했고, 헤르만 헤세, 베르나르 베르베르, 알베르 카뮈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물론 일본에서의 인기와 영향력은 더 막강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일본 국내 누적 발행 부수는 1억부를 넘는다.
 
그의 작품 중 한국에 출판된 작품만 무려 50권이 넘는데, 대부분이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누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러 편이 영화나 드라마,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한국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그냥 많이 팔린 일본의 대중소설 작품이라고 넘겨버리지 말고, 그 인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한국 독자들은 왜 그의 작품에 빠져드는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한국문학에서 추리소설의 전통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추리소설의 짜릿한 매력, 괴도 루팡, 셜록 홈스, 아가사 크리스티…. 물론 그보다 근본적인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 성실한 작가 정신이다.
 
그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공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전기 엔지니어로 일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85년 미스터리 소설 ‘방과 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하여,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초기 10여 년은 무명의 세월을 보내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머무르지 않는 작가였다.
 
문학도가 아닌 엔지니어 출신 작가라는 점을 장점으로 살려 문장과 미학에 빠지지 않고, 치밀한 트릭과 탄탄한 서사, 인간 심리와 사회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작품을 발표했다. 정통 추리소설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사회파 추리소설, 사건을 넘어 일본 사회와 인간 본성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넓혀나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 시대 최고의 ‘다작(多作) 작가’였다. 27세에 데뷔해, 세상을 떠나기까지 41년간 장편 소설과 에세이 등 106편을 썼으니, 매년 평균 2.6편을 쓴 셈이다. 그는 등단할 때 이미 평생 100편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마지막까지 작품 세계를 확장하며, 언제나 일정 수준의 긴장과 완성도를 지켜냈다는 점이다.
 
그의 목표는 언제나 ‘새로운 대표작 쓰기’였다. 마지막 10여 년 동안 1년에 3편 정도씩, 작품을 쏟아냈다. 대장암 투병 중에도 꾸준히 글을 썼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짜 힘은 성실한 집필 습관과 자기 규율이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밝혔다. “나는 재능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지금 가진 모든 것은 꾸준한 연습 덕분이다. 반짝이는 영감을 기다리기보다 날마다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 히가시노 게이고는 죽었으나, 매일 매일 지치지 않고 써온 작가의 온 생애와 그 속에서 쓰인 작품은 여전히 독자들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중소설 작가라고 애써 무시하지 말고 배울 점은 겸손하게 배우는 것이 올바른 선비의 자세가 아닐까? 이제 곧 광복절 81주년을 맞는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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