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세콰이아 국립공원 세콰이아 거목·두 폭포·컨빌까지 LA에서 떠나는 시에라 당일 여행 숲과 폭포, 산악 마을을 하루에
10명 이상이 둘러서도 품기 어려운 압도적인 크기의 세콰이아 나무.
LA에서 출발해 거대한 세콰이아 숲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시에라 네바다의 장대한 산세까지 하루에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세콰이아 국유림이다. 잘 알려진 세콰이아 국립공원 남쪽에 펼쳐진 이곳은 울창한 숲과 컨 리버, 화강암 산봉우리가 어우러진 광활한 자연의 무대다. 왕복 약 360마일, 총 15시간에 이르는 긴 여정이지만 여름철 긴 낮을 활용하면 당일 코스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숲과 폭포, 전망대와 산악마을이 한 코스에 이어져 짧은 일정에도 풍경 변화가 크다. 이동은 길지만 한번의 여행으로 남부 캘리포니아 산악지대의 매력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화강암 절벽을 따라 힘차게 쏟아지는 50미터 높이의 페퍼민트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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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세콰이아 숲에서 맞는 여름 아침
여행은 새벽 일찍 시작한다. LA를 출발해 오전 10시쯤 트레일 오브 100 자이언츠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숲 여행이 열린다. 이름 그대로 수백 년에서 천 년을 넘긴 자이언트 세콰이아가 산책로 양쪽을 가득 메운다. 고개를 끝까지 들어도 꼭대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목 앞에 서면 사람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산책로는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가운데가 뚫린 나무와 산불의 흔적을 품은 거목,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진 세콰이아, 개척 시대 벌목의 흔적까지 차례로 만난다. 단순히 큰 나무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숲의 생태와 역사를 함께 읽는 야외 박물관에 가깝다. 한 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으며 입장료는 없지만 차량당 12달러의 주차료가 필요하다.
시간이 허락하면 차로 약 15분 거리의 돔락도 들러볼 만하다. 짧은 산책 끝에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 오르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숲에서 나무의 크기에 압도됐다면 이곳에서는 산맥의 넓이에 다시 한번 숨을 고르게 된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따라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노브영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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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두 곳에서 만나는 한여름의 냉기
트레일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노브 영 폭포가 숨어 있다. 왕복 약 1마일로 짧지만 마지막 구간은 다소 가파르다. 숲 아래로 내려서면 약 125피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폭포 소리와 서늘한 공기를 조용히 즐길 수 있다.
폭포 뒤에는 작은 암벽 공간이 형성돼 있어 물줄기 안쪽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도 가능하다. 아래 계곡에 발을 담그면 한여름 더위가 단숨에 물러난다. 다만 경사가 가파르고 바위가 젖어 있을 수 있어 미끄럼 방지 신발과 하이킹 폴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이어 로이드 메도우 방향으로 이동하면 페퍼민트 폭포를 만난다. 약 200피트 높이에서 상단과 하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는 물줄기는 세콰이아 국유림에서도 손꼽히는 장관이다. 상단까지는 완만한 숲길을 따라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 물이 오랜 세월 바위를 깎아 만든 원형 웅덩이는 찻잔을 닮아 '티컵 풀'이라 불린다.
하단에서는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워 체력과 장비를 고려해야 한다. 무리해서 아래까지 내려가기보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상단에서 풍경을 즐기는 것도 현명하다.
컨빌 서부영화 박물관에 전시된 영화인들의 사진.
컨빌 서부영화 박물관에 전시된 서부 개척시대 포장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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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빌에서 끝맺는 긴 하루의 작은 여유
숲과 폭포를 둘러본 뒤에는 컨 리버를 따라 자리한 산악마을 컨빌로 향한다. 늦은 점심을 먹으며 긴장을 풀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수제 맥주와 햄버거, 피자가 유명한 컨 리버 브루잉 컴퍼니, 강변 풍경과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유잉스 온 더 컨, 다양한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셰릴스 다이너 등이 대표적이다.
컨빌은 과거 할리우드 서부영화 촬영지로도 이름을 알렸다. 마을 박물관에는 배우들의 사진과 영화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어 작은 산악마을의 뜻밖의 역사를 엿보게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레이크 이사벨라에 잠시 들러 호수 풍경을 바라보며 숨을 고를 수도 있다.
이 코스의 운전 시간은 약 8시간, 하이킹과 관광은 약 3시간이다. 이동거리가 긴 만큼 새벽 출발은 필수이며 물과 간식, 미끄럼 방지 신발, 여벌 옷, 하이킹 폴을 챙기는 것이 좋다. 산악 지역은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많아 지도와 이동 경로도 미리 저장해야 한다.
천년을 견딘 거목 사이를 걷고, 차가운 폭포에 더위를 식히고, 화강암 정상에서 산맥을 바라본 뒤 작은 산악마을에서 식사한다. 하루가 길고 운전은 고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그보다 더 큰 충만함이 남는다. 무더운 여름, 도시의 열기를 벗어나 숲과 물, 산이 선사하는 깊은 휴식을 만나고 싶다면 이보다 더 알찬 하루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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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