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최근 “AI가 HR 부서에 존재론적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며 “그동안 해고를 통보하는 역할을 맡아왔던 HR 전문가들조차 자신의 역할을 재정의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AI가 이력서 분류와 복리후생 문의 응대 등 HR 부서의 핵심 업무를 빠르게 자동화하면서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조니 테일러 미국인사관리협회(SHRM) 회장은 올해 초 협회 행사에서 “전 세계 670만 명의 HR 종사자 일자리가 AI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통계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올해 미국 노동통계국(BLS) 데이터에 따르면 HR 종사자를 포함한 고용 서비스 분야 종사자 수는 2022년 3월 역대 최고치인 390만 명에서 약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급여 대상 근로자 수가 약 5%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도 현재 HR 부서 업무의 약 3분의 2가 자동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메타 사무실 앞 로고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기업들도 HR 조직을 축소하는 추세다. 볼트와 메타, 우버 등 기업은 HR 부서가 불필요한 갈등과 관료주의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조직을 폐지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전통적인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 및 복리후생 중심의 최고인사책임자(CHRO) 모델은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점차 외면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기업문화 조성이나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성과 평가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HR 전문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넬대학교 노사관계대학원(ILR스쿨) 소속 JR 켈러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직원들은 문제를 해결해 줄 전문성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원한다”며 “봇(bot)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 대해 100% 안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의 HR 부서는 생존을 위해 역할 전환에 나서고 있다. 정보기술(IT) 부서가 쥐고 있던 AI 통제권을 가져오거나 엔지니어를 영입해 AI 도구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다. 멜라니 로젠와서 드롭박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블룸버그통신에 “이제는 단순히 HR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일은 사람이, 어떤 일은 AI가 맡아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HR 종사자는) 일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