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주위 쇼트게임을 가르치는 신은찬씨가 웨지와 쇼트아이언을 어깨에 메고 있다. 성호준 기자
6일 한라산 중턱의 제주 플라자 골프장 연습 그린. 다리가 마치 타이거 우즈처럼 까맣게 탄 신은찬(50)씨가 오랜지색 골프공들을 그린 주위에 흩어 놓고 칩샷을 가르치고 있었다. 제주 특산물인 귤 색깔과 같은 공으로 어프로치 레슨을 한다고 해서 이름도 ‘귤프로치’다.
울산에서 쇼트게임을 배우러 왔다는 중년 부부 중 부인은 “배우고 나니 신기방기하게 잘 된다. 라운드 당 5타는 줄일 것 같다”고 했고 남편은 “2~3타는 줄겠다”고 했다.
신씨의 레슨은 평범하지 않다. 한 번에 한두 명만 받는다. 최소 1박2일, 길게는 4박5일 동안 하루 종일 붙어다니며 쇼트게임만 가르친다. 골프장 필드 레슨과 연습 그린을 오가며 사실상 전지훈련 같은 집중 레슨을 한다.
신씨는 “올해 예약은 사실상 끝났고,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7개국에 있는 교포들도 이 레슨을 배우려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만8000명 정도다.
그의 레슨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실수하지 않는 기술에 더 가깝다. 신씨는 “화려한 로브샷이나 묘기가 아니라 안전하게 볼을 띄우고 쉽게 거리를 맞추는 기술이다”라고 했다.
신은찬 씨가 울산에서 온 중년 부부를 가르치고 있다. 성호준 기자
사실 그게 아마추어에게 가장 필요하다. 뒤땅과 토핑만 줄여도 스코어가 크게 좋아진다. 신씨는 “최소한 보기는 해야죠. 그러다 보면 파도 나오고, 칩인 버디도 나오게 되는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보기로 막는 아마추어용 쇼트게임’ 레슨은 유튜브에도 널리고 널렸다. 그 정도 가지고 제주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가 잠깐 배워봤다. 가장 자신 없는 게 그린 바로 옆 짧은 잔디나 러프의 박힌 라이에서 볼을 띄우는 거였는데, 그의 말을 따라 해보니 56도 웨지의 바운스를 이용해서 부드럽게 볼을 띄울 수 있었다. 심지어 그린 위에서도 이 방법으로 그린 손상 없이 칩샷을 했다.
내가 그린에서 볼을 띄운 게 믿기지가 않았는데 더 놀라운 건 9번 아이언(여성은 8번 아이언)으로 굴리는 칩샷이었다. 신 씨는 볼 맞는 소리만 듣고도 핀에 붙었는지, 길었는지, 3m 쯤 모자란지를 정확히 알았다. 내공이 간단치 않았다.
사실 신씨는 프로 자격증이 없다. 골프를 시작한지는 5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일부 프로들은 “야매 레슨”이라고 폄하하는 듯 하다.
그러나 불법은 아니며, 그는 짧은 기간 달인이 된 듯 하다. 직접 배우는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다. 그의 기술 보다 정성을 더 높이 친다. 신씨는 필드 레슨과 3시간 넘는 쇼트게임 훈련 중 거의 쉬지 않는다. 필드레슨에선 매 홀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설명한다.
신씨가 임팩트시 손에 힘 빼는 설명을 할 때는 허리가 굽은 90세 노인 흉내를 내며 “이 정도 힘이면 된다”고 몸으로 보여줬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걸 찾아오신 분들에게 모두 다 주려고 하고,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집념의 사나이다. 2024년 본지에 나간 “한 캐나다인이 하루에 스크린골프 39라운드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그는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 “40라운드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2024년 9월 하루 스크린골프 40라운드 도전을 마친 후 신은찬씨. 성호준 기자
기자가 현장에서 ‘감시’했다. 얼음물 10통, 박카스 8병, 에너지 음료 3병, 커피 6잔, 야채음료와 베지밀이 연료로 소모됐다. 김밥 두 줄과 사과 복숭아도 먹었다. 화장실은 4번 갔다.
손에는 물집이 잡혔고 공황장애 증상도 왔는데 그는 끝내 40라운드를 완주했다. 신씨의 마라톤 40라운드의 총 타수는 3068타, 평균 타수는 76.7타였다.
당시 제주에서 골프여행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예약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코로나 골프 특수가 끝나가면서 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40라운드 도전은 회사를 알리기 위한 승부수였다. 결국 그 도전을 통해 쇼트게임 인기 강사로 자리를 잡았다.
신씨는 어려서 배드민턴, 농구 등을 했다. 운동신경이 좋아 스크린골프에서 금방 언더파를 쳤다. 그러나 실제 골프장에서는 번번이 뒤땅을 치면서 100타를 넘기기도 했다. 그는 스코어를 결정하는 건 결국 쇼트게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미드 아마추어 대회 우승자가 매일 똑딱이 연습을 하는 걸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는 “3년 동안 하루 1000개씩 칩샷 연습을 했다. 1년에 30만개, 지금까지 80만개가 넘는 볼을 그린 주위에서 띄우고 굴렸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를 닮은 건 피부색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