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유럽 저택 초대받은 기분”…외국인들 줄 선 ‘K뷰티 핫플’ 비밀 [비크닉]

중앙일보

2026.08.07 22: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골목 안쪽에 자리한 벽돌 건물. 넝쿨로 뒤덮인 외벽과 작은 마당이 마치 카페 같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특유의 공간 향과 함께 커다란 바, 빈티지 소파와 테이블이 손님을 반긴다. 이곳은 뷰티 브랜드 몽클로스(MONCLOS·대표 김성준)의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매장). 매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듯한 감각이다.
온라인 브랜드가 넘쳐나는 요즘, 몽클로스의 '선(先) 오프라인' 전략이 눈길을 끈다. 몽클로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 몽클로스

온라인 브랜드가 넘쳐나는 요즘, 몽클로스의 '선(先) 오프라인' 전략이 눈길을 끈다. 몽클로스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사진 몽클로스

몽클로스는 지난 2022년 출발한 신생 브랜드다. 전 세계 농장에서 얻은 자연 원료를 기반으로 헤어·바디·홈 프래그런스(향기) 제품을 낸다. 론칭 첫해 기능성과 향을 겸비한 벨벳 볼륨 샴푸로 올리브영 헤어케어 판매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제품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세를 불린 건 지난해 4월 한남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면서다.

작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은 흔한 전략은 아니다. 보통 온라인으로 규모를 키운 뒤 오프라인에 진출하거나, 요즘에는 아예 오프라인 없이 온라인만으로 운영하는 브랜드도 많다. 몽클로스는 이런 흐름을 거슬러 ‘선(先) 오프라인’ 전략을 펼쳤다. 다들 온라인으로 가는 시대에, 몽클로스는 왜 거꾸로 오프라인에 승부를 걸었을까.

K-뷰티 3만개 시대, 살아남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한 70억 달러(잠정·약 11조 원)로, 상반기 기준 최대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K-뷰티 브랜드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브랜드를 유통·판매하는 업체)는 지난해 기준 2만8412 곳이다. 이 업체들이 보유한 브랜드는 3만개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그래픽 마민아 디자이너

그동안 K-뷰티의 성공 공식은 적확한 시장 분석과 이에 맞는 상품 기획, 가성비 넘치는 품질과 트렌디한 마케팅이었다. 이 삼박자가 맞으면 작은 브랜드라도 온라인 채널에서 규모를 키운 뒤 올리브영 같은 대형 유통망에 입점, 벤더사(중간 유통 파트너)를 거쳐 수출까지 가능했다.

특히 소셜미디어(SNS) 채널이나 라이브 커머스 등으로 자체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해도 성공할 수 있었고, 이런 방식이 오히려 영리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브랜드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품이나 브랜딩만으로는 기억되기 어렵고, 뚜렷한 정체성 없이는 반짝 소비되고 사라지기 쉽다.
몽클로스는 오프라인 플래그십을 통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몽클로스

몽클로스는 오프라인 플래그십을 통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몽클로스

이런 흐름에서 몽클로스가 선택한 전략이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오프라인 거점이다. 사실 신생 브랜드가 서울 요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먼저 내는 것은 투자 면에서 모험에 가깝다. 대부분은 시장 반응을 살피는 팝업 스토어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과감히 상설매장을 택한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물리적 경험과 체험이라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단순 매장이 아니라 브랜드를 소개하는 무대이자, 브랜드의 세계로 입장할 수 있는 문에 가깝다.

치밀하게 짜인 ‘환대’의 경험
몽클로스 한남은 화장품 매장인데도 제품이 빽빽하게 진열돼 있지 않다. 빈티지 조명, 유리 선반, 각종 소품까지 공들여 고른 티가 나는 집기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제품이 놓여있다. 블랙과 화이트, 베이지 등 중성적인 색으로 꾸며진 내부는 유럽의 어느 가정집을 떠올리게 한다. 브랜드를 몰라도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면 몽클로스가 지향하는 여유와 섬세함이 직관적으로 읽힌다.
제품을 빽빽하게 진열하기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사진 몽클로스

제품을 빽빽하게 진열하기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사진 몽클로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이다. 커다란 바 위에 놓인 제품을 하나하나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차를 내어주고, 토요일 특정 시간에는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기도 한다. 방문객이라면 매장 한편에 놓인 사진 인화기로 추억을 저장할 수도 있다. 몽클로스의 모든 제품이 일목요연하게 인쇄된 부채 모양 시향지도 곳곳에 놓여있다. 향기 제품을 떨어트린 뒤 부채를 부치면 향이 퍼진다. 향이 주된 매력 포인트인 브랜드의 특징이 녹아있는 장치다.
매장이지만 판매보다는 환대를 염두에 둔 장치가 곳곳에 가득하다. 사진 몽클로스

매장이지만 판매보다는 환대를 염두에 둔 장치가 곳곳에 가득하다. 사진 몽클로스

특히 제품과 매장 경험의 연결이 주효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한남동 매장의 대표 상품은 핸드크림. 핸드크림이나 립 세럼, 선크림 등을 구매할 경우 고객이 직접 고른 이니셜 참 장식을 그 자리에서 조합해 제품에 달아준다. 원하는 문구가 적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키링이 완성되는 셈이다. 최근 가방 꾸미기 트렌드를 반영한 세심한 설계로 고객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 몽클로스 한남의 안혜원 매니저는 “중국인 관광객 중 한 분은 친구들의 이름을 넣은 이니셜 참이 달린 핸드크림을 한 번에 100여 개 구매해 간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플래그십+한남동’ 전략이 신의 한 수인 이유
몽클로스가 플래그십 스토어로 한남동을 낙점한 이유는 명확하다. 리움 미술관과 블루스퀘어 등 예술과 패션, 카페 문화가 교차하는 한남동은 취향 소비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동네다. 마르디 메크르디·이미스 등 K-패션 브랜드가 밀집해 있고, 감각적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리하면서 쇼핑과 식도락을 즐기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몽클로스도 K-브랜드 쇼핑 코스의 한 축이 됐음은 물론이다.
K-브랜드가 밀집한 한남동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 쇼핑과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관광 코스로 유명하다. 사진 몽클로스

K-브랜드가 밀집한 한남동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 쇼핑과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관광 코스로 유명하다. 사진 몽클로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몽클로스 한남 매장의 매출의 90%가 해외 관광객에서 나왔다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커스터마이징 키링이결합한 핸드크림·립 세럼·선크림이 매장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데, 여행 기념품을 겸한 선물용 구매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남 매장의 공간 경험은 수출 실적으로 이어졌다. 일본·중국 관광객들이 매장을 방문하면서 이들의 후기가 인스타그램·틱톡·샤오홍슈(중화권 SNS) 등에 퍼졌고, 이를 접한 해외 바이어들이 직접 매장을 찾으면서 수출 계약이 이뤄졌다.

일본 로프트(LOFT)의 약 200개 매장, 츠타야 입점이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중국·일본·호주·대만·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로 판로가 확산했고, 하반기엔 미국 대형 소매 채널인 타겟(Target) 입점도 앞두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한남 매장을 열고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뤄졌다. 매장 하나가 글로벌 진출의 발판이 된 셈이다.

오프라인은 새로운 ‘럭셔리’
몽클로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성장한 매출을 기록했다.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뜨고 지는 치열한 K-뷰티 시장에서 브랜드 경험과 수출 전초기지로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몽클로스는 이 실험을 해외로 옮길 준비 중이다. 원칙은 국가당 플래그십 단 하나. 여러 도시에 지점을 늘리는 대신 도시마다 대표 지점 하나만 두는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운영 방식을 참고했다고 한다. 김성준 몽클로스 대표는 “고객이 브랜드를 만나는 시작점이 디지털 공간이고 끝점이 오프라인이라고 했을 때, 오프라인 매장이 여기저기 있으면 오히려 그 가치는 희석될 수 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가 유통망이 아니라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환대 서비스) 브랜드를 목표로 삼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에게 매장이 단순 판매처가 아니라 손님을 맞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준다.
원하는 이니셜을 고르면 세상에 하나 뿐인 참 장식을 만들어 제품에 달아준다. 사진 몽클로스

원하는 이니셜을 고르면 세상에 하나 뿐인 참 장식을 만들어 제품에 달아준다. 사진 몽클로스

쓸만한 화장품이 넘쳐나는 지금, 남는 차별화 지점은 결국 ‘왜 이 브랜드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몽클로스는 오프라인에서 그 답을 찾았다. 조명·향·동선·직원의 응대까지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세계로 완성됐을 때, 매장은 단순한 판매처를 넘어 가장 강력한 브랜딩의 무기가 된다. 온라인이 표준인 시대에 작은 브랜드가 거꾸로 오프라인에 건 승부수가 통한 이유다.

b.뷰티
“요즘 화장품 뭐 써?”라는 질문 뒤에는 생각보다 큰 산업이 있습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지금, 뷰티는 취향의 영역을 넘어 성분과 기술, 유통과 자본이 오가는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었습니다. 비크닉이 브랜드의 화려한 언어 뒤에 숨은 산업의 논리를 들여다봅니다. K-뷰티부터 럭셔리, 글로벌 뷰티까지. 뷰티 산업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읽고 기록합니다.




유지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