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이동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병원장·이비인후과 교수 증상 없어 발견 늦고 전이 위험 커 목소리 변화·삼킴 불편감 땐 검진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갑상선암은 여성에게 많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환자의 약 80%가 여성이다 보니 남성은 스스로 위험군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남성의 갑상선암은 여성보다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은 사례가 많다. 병을 인식하지 못한 채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다.
갑상선은 목 앞쪽, 기도 바로 앞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이다. 체온 유지와 성장 발달, 에너지 대사 등 신체의 기본 기능을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암이 생겨도 초기에 특별한 통증이 없고, 목소리의 변화나 약한 불편감 정도만 느껴져 발견이 쉽지 않다. 대부분 종양이 커져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난 뒤에야 병을 의심한다. 특히 남성은 여성보다 갑상연골이 크고 근육층이 두꺼워 암이 5㎝ 이상 커지지 않으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필자는 진료실에서 “목이 불편한데 큰 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고 말하는 남성 환자를 자주 본다. 하지만 이런 무심함이 병을 키운다. 남성 갑상선암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므로 여성보다 전이 가능성이 높고, 재발 위험도 크다. 따라서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검진은 단순한 건강 관리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예방책이다. 특히 ^목소리 변화 ^삼킴 불편감 ^가족의 갑상선암 병력 ^어릴 적 목 부위의 방사선 치료 경험이 있다면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검진을 권한다. 여기에 대사증후군 관리도 중요하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갑상선암 위험이 최대 58% 높다.
한편 갑상선암 수술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목을 5㎝ 이상 절개해 갑상선을 제거했으나 흉터와 통증, 신경 손상 등의 부담이 컸다. 최근에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 ‘경구 로봇 갑상선 수술(TORT·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입술과 치아 사이로 로봇팔을 삽입해 갑상선을 절제하는 방식이다. 절개 부위가 작고 목 바깥에 상처가 남지 않는다.
특히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TORT는 수술 부위를 10~30배까지 확대해 미세한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후두신경이나 부갑상선 같은 중요한 조직을 보존하면서 암을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 또 목을 절개하지 않으므로 환자가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갑상선암은 조기 진단 시 완치율이 95% 이상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암이다. 그러나 증상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방심하면 병이 진행돼 치료가 복잡해질 수 있다. 남성 역시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정기검진과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예방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