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세관단속국(ICE)은 요원의 총격 등 중대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영상 공개 여부를 ICE가 결정하고 있다. [AI 이미지 생성]
이민당국이 단속 현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보디캠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촬영 영상의 공개 여부는 당국이 사실상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선택적 공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총격으로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해도 영상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아 보디캠이 감시·견제 장치보다 당국에 유리한 장면만 보여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은 7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보디캠 운영 지침을 분석한 결과, 요원의 총격 등 중대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영상 공개 여부를 ICE가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지침에 따르면 ICE는 영상 공개가 기관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s)’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공개할 수 있다. 반대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규정은 없는 셈이다.
지난해 2월 마련된 지침은 총격 등 중대 사건이 발생하면 ICE 고위 관계자와 법률 담당자 등이 영상을 검토한 뒤 공개 여부를 권고하도록 했다. 공개가 결정되면 사건 발생 후 72시간 이내 영상을 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은 ICE 국장에게 있다. 국장이 ‘공개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면 영상을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 시점을 무기한 늦출 수 있다. 비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영상이 공개되더라도 요원의 얼굴과 이름, 배지 번호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가려진다.
결국 기관에 유리한 영상은 공개하고 책임 논란을 키울 수 있는 영상은 공개하지 않는 ‘선택적 공개’가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 보디캠을 연구해온 캐나다 브랜던대 크리스토퍼 슈나이더 교수는 “보디캠이 경찰을 대중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ICE 요원의 총격으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불거졌다. 지난달 메인주와 휴스턴에서 ICE 요원의 총격으로 각각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당시 요원들은 보디캠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ICE는 뒤늦게 보디캠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장비 구매에 309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현재 현장 요원의 절반 이상이 보디캠을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 말까지 전국 현장 요원에게 보급하고 체포팀마다 최소 1명은 보디캠을 착용하도록 할 방침이다.〈본지 7월 16일자 A-1면〉
그러나 보급 확대 시점을 두고도 정치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ICE는 2021년부터 보디캠을 시범 운영했지만 그동안 보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ICE 비서실장을 지낸 제이슨 하우저는 잇따른 총격 사건과 의회의 압박이 이어진 뒤에야 보급 확대에 나섰다며 “명백히 정치적 대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