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칼리지보드 연례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확인한 가장 큰 변화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더 이상 교실 밖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AI는 학생의 자료 조사와 글쓰기뿐 아니라 수학 문제 풀이, 코딩, 발표 자료 제작, 학습 계획 수립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전 과정에 들어와 있다.
이제 학교가 “학생에게 AI 사용을 허용할 것인가”만을 논의하는 것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접근이다.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AI를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학생의 실제 이해력과 사고 과정을 어떻게 확인하고, 성적을 공정하게 부여할 것인가.
▶AI는 이제 학습 환경
College Board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학업에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고등학생은 2025년 1월 79%에서 5월 84%로 증가했다. 같은 조사에서 69%는 ChatGPT를 숙제나 학교 과제에 활용한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AI 사용을 일부 학생의 부정행위로만 규정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교가 AI를 전면 금지하더라도 교사가 확인하기 어려운 학교 밖 사용은 계속될 수 있다. 정직하게 AI 사용을 밝힌 학생만 불이익을 받고, 사용 사실을 숨긴 학생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역설적인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AI 사용을 무제한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AI가 학생 대신 글을 작성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결론까지 내린다면 교사는 학생이 무엇을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학교에는 금지와 방임 사이의 세 번째 선택이 필요하다. 과제의 목적과 학습 단계에 따라 AI 사용이 허용되는 영역과 금지되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제 탐색, 아이디어 정리, 문법 점검에는 제한적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료를 읽고, 근거를 분석하며, 자신의 주장과 결론을 만드는 과정은 학생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
▶결과물만으로 실력 평가 불가
과거에는 완성된 에세이와 보고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학생의 실력을 상당 부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가 몇 분 안에 매끄러운 문장과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는 결과물의 완성도와 학생의 실제 학업 역량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평가의 중심을 결과에서 과정으로 옮겨야 한다. 학생은 최종본뿐 아니라 연구 질문, 자료 목록, 개요, 초안, 교사의 피드백, 수정 기록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AI를 사용했다면 어떤 도구에 어떤 질문을 입력했고, 받은 답변 중 무엇을 채택하거나 거부했는지도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College Board는 AP Seminar와 AP Research에서 학생의 최종 제출물이 실제 학생의 작업인지 교사가 확인하도록 요구한다. 부적절한 AI 사용이 의심될 경우 초안과 중간 작업물을 검토해 과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AP Computer Science Principles 역시 AI와 함께 작성한 코드를 무조건 금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생은 자신이 제출한 코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시험과 질의응답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평가 원칙이 나온다. 학생이 자신의 결과물을 설명하고 방어할 수 없다면, 그 결과물을 온전히 학생 자신의 성취로 인정하기 어렵다.
▶공정한 성적은 세 가지 증거 요구
AI 시대의 성적은 적어도 세 가지 증거를 기반으로 산출해야 한다.
첫째는 교사의 감독 아래 이루어지는 직접 수행이다. 수업 중 글쓰기, 자료 분석, 문제 풀이와 토론을 통해 학생의 기본적인 이해력과 표현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는 과정의 기록이다. 장기 과제에는 초안과 수정본, 자료 선택의 이유, 교사 피드백, AI 사용 내역을 포함해야 한다. 단순히 “AI를 사용했다”고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학생의 사고를 지원했는지, 아니면 사고를 대신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셋째는 구두 검증이다. 제출 후 짧은 인터뷰나 발표, 질의응답을 실시하면 학생이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학교의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문법과 외형적 완성도의 비중은 낮추고, 문제 설정의 수준, 근거의 신뢰성, 분석의 깊이, 반대 관점에 대한 대응, 수정과 성찰의 과정을 더 크게 평가해야 한다. AI가 생성한 오류와 편향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능력도 정보문해력으로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