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별세 후 보험사 이어받아 같은 곳서 미라클 보험 새 출발 시니어들 건강 지킴이 사랑방 메디케어·대안 보험 맞춤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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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회관 4층 미라클 보험 사무실에서는 낯익은 풍경이 자주 펼쳐진다. 상담을 마친 시니어들이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간다. 예약 없이 들러 안부만 묻고 가는 오랜 고객도 적지 않다.
이곳은 오랫동안 ‘수잔 강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한인 시니어들의 건강보험 상담을 책임져 온 곳이다. 2024년 창립자인 수잔 강 대표가 별세한 뒤, 딸인 제니 김(사진) 대표가 이어받아 이름을 ‘미라클 보험’으로 바꿨다. 간판은 달라졌지만 20년 넘게 쌓아온 신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고 수잔 강 대표가 보험 일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HMO 시장이 크게 변화하던 시기였다. 김 대표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보험 그 자체’ 같은 사람이었다. 15년 넘게 마라톤을 뛰고, 재미산악회 회장을 맡을 만큼 활력이 넘쳤다. 그 에너지를 모두 고객에게 쏟았다. 암 투병도 10년 가까이 이어졌지만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 대표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까지 일하셨다”고 전했다.
그가 어머니와 함께 일을 시작한 건 2022년이다. 건물 관리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코로나 시기에 업무량이 폭증하면서 번아웃이 왔던 시기였다. 어머니가 일주일에 두 번만이라도 나와 도와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큰 계획을 가지고 뛰어든 건 아니었다. 원래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보험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대표는 “보험은 개개인마다 케이스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문제 풀이’ 하듯이 접근해야 한다.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서 고객이 기뻐하면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2024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김 대표는 “회사는 어머니의 삶 자체였다. 저에게는 유산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없었다”며 회사 대표를 맡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어머니가 고객분들을 선물로 주셨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러면서 “이분들과의 만남 자체가 나에게 힐링”이라고 덧붙였다.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온 고객들이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미라클 보험이 다루는 영역은 메디케어 파트 A·B·C·D부터 보조 보험까지 넓다. 최근에는 메디케어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50세 이상 한인들을 위한 대안 보험 상담도 늘리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편하게 쓰는 이중언어 상담이 강점이다.
보험은 제도가 자주 바뀌는 분야다. 작은 정보 하나가 가입자의 혜택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무엇보다 공부와 팀워크를 강조한다.
“항상 최신 정보를 공부해야 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어머니와 10년 넘게 함께했던 직원들이 지금도 제 곁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미라클 보험에서 가장 특별한 점은 사무실의 ‘공기’다. 시니어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는 게 김 대표의 표현이다. 고객들은 자녀에게 부탁하기 쉽지 않은 문제를 이곳에서 편하게 꺼내 놓는다.
그가 이어받은 것은 회사만이 아니다. 20년 동안 고객과 함께 쌓아온 신뢰,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다.
사무실 간판에서는 ‘수잔 강’이라는 이름이 사라졌지만, 고객들이 상담을 마친 뒤에도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