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지 들어설 다가구 주택 조감도. [Small Lots? Big Impacts project?West of West 캡처]
집이 없어 난리인 LA에 정작 집을 지을 수 있는 빈 땅은 2만곳이 넘는다. 천정부지 집값과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주거용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LA 주택난의 역설이다.
이 빈 땅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문턱까지 낮추자는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대규모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 한두 채가 들어갈 작은 땅에 여러 가구를 지어 각각 분양하는 방식이다. 집값에 밀려 내 집 마련을 포기했던 주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A타임스는 7일 UCLA 시티랩이 민간 소유 빈 땅을 소규모 다가구 주택으로 개발하는 ‘작은 땅, 큰 영향(Small Lots, Big Impacts)’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시티랩이 LA 전역을 분석한 결과, 개발 가능한 민간 소유 빈 땅은 2만곳이 넘었다. 주거용으로 지정된 0.25에이커 이하 토지 가운데 건물이 없는 곳을 추려낸 결과다. 전체 민간 소유 땅의 약 2%에 불과하지만, 단독주택 한두 채가 들어설 땅에 5~12유닛의 다가구 주택을 지으면 적지 않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핵심은 임대가 아닌 ‘내 집 마련’이다. 빈 땅에 듀플렉스와 포플렉스, 타운홈 등 소규모 다가구 주택을 짓고 가구별로 분양한다. 비싼 단독주택을 사기 어려운 첫 주택 구입자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다나 커프 시티랩 디렉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세대의 스타터 홈이 나오지 않았다”며 저렴한 첫 주택을 다시 공급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티랩은 첫 시범사업을 맡을 설계·개발업체 3개 팀도 선정했다. 각 팀은 민간 소유 빈 땅에 최소 5가구를 짓는다. 완공된 주택은 모두 분양하고 일부는 중·저소득층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다. 제네시스 LA가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LA시 등도 지원에 참여한다. 내년 여름 이전 착공이 목표다.
문제는 3곳의 시범사업을 어떻게 2만곳의 빈 땅으로 확산시키느냐다. 대부분 민간 소유여서 LA시가 직접 개발할 수는 없다. 대신 인허가와 각종 행정 절차가 사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고 민간 개발을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시의 과제로 남는다.
LA시는 이미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최근 LA한인타운에는 신속한 저소득층 주택 공급을 위한 ‘ED1(Executive Directive 1)’을 통해 신규 아파트 80가구가 완공됐다. 한인타운에서 ED1을 통해 완공된 첫 프로젝트다.
하지만 현실의 벽도 높다. 시티랩은 지난해 LA시 소유의 작은 빈 땅부터 활용해 다가구 스타터 홈을 짓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민간 소유 빈 땅으로 눈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시 소유 땅을 활용하는 사업조차 더디게 진행된 만큼 규제 완화만으로 2만곳의 빈 땅이 곧바로 주택으로 바뀌기는 어렵다"며 "인허가와 금융 지원을 실제 착공과 분양까지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집값에 좌절한 주민들에게 2만곳의 빈 땅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 땅이 또다시 빈 땅으로 남을지, 부담 가능한 ‘내 집’으로 바뀔지는 이제 LA시와 민간의 실행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