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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잭팟”...반도체 길목 움켜쥔 진격의 ‘日 히든챔피언’ [GMC]

중앙일보

2026.08.0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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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란히 실적을 발표한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이비덴이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썼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둘 다 세계 1위 기업이다. 무라타는 AI 서버에 필수적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이비덴은 고성능 반도체 기판 시장을 장악한 ‘숨은 거인’이다. AI 반도체 붐의 돈줄이 칩을 넘어 부품과 기판까지 번지고 있다는 신호다.



AI 서버 안의 ‘숨은 1등’

무라타제작소는 지난달 31일 2026회계연도 1분기(4~6월) 실적 발표를 통해 분기 매출 5023억 엔(약 4조4900억원), 영업이익 985억 엔(약 8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7%, 59.8% 늘었다.

무라타의 주력 제품인 MLCC는 전자제품 안에서 전기를 저장했다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보내주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크기는 쌀알보다 작지만 최신 스마트폰엔 1000개, AI 서버나 전기차엔 수만 개 들어갈 만큼 전자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비덴도 4일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 늘어난 1232억 엔, 영업이익은 52% 증가한 269억 엔으로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돌았다. 실적 발표 다음날 이비덴은 도쿄 증시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비덴의 주력 제품인 FC-BGA는 고성능 AI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반도체 기판이다. 수많은 전기 신호가 오가는 AI 칩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제 성능을 내게 하는 ‘정교한 연결판’인 셈이다. AI 칩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기판도 더 크고 복잡해져 기술 난도와 단가가 함께 올라간다.

이비덴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용 기판 주요 공급사다. AI 서버용 고성능 기판은 높은 기술력과 수율이 필요해 공급업체를 단기간에 늘리기도 어렵다. AI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비덴이 장악한 기판이 반도체 공급망의 또 다른 ‘병목’으로 떠오른 이유다.

여기에 엔화 약세도 이들 기업의 실적을 밀어올렸다. 두 기업 모두 실적 발표에서 AI발(發) 수요 증가와 함께 엔화 약세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깜짝 실적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무라타 제작소와 이비덴은 나란히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AI 피크아웃’ 두고는 시각 엇갈려

문제는 이런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당장의 AI 수요에는 이견이 없지만, 빅테크의 투자가 지금 속도로 지속될지를 두고는 두 회사의 온도 차가 감지된다. 노리오 나카지마 무라타제작소 사장은 실적 발표 직후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올해 계획 중인 투자가 반드시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획 수정이나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빅테크의 엄청난 AI 인프라 투자가 기세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보수적으로 본 것”이라면서도 “당장은 엄청난 수요가 몰리며 업계 전반에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비덴 경영진은 “기판 수요가 당초 내부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면서 “업계 전체에 관련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퍼지는 상황”이라 밝히며 AI 피크아웃 우려를 일축했다.

부품·기판도 동아시아 삼국지?
AI 인프라 투자 수혜가 GPU·CPU·HBM과 같은 핵심 반도체를 넘어 부품이나 기판 등 숨은 공급망으로 퍼지면서 경쟁자들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MLCC에선 삼성전기와 대만 야교 등이 거세게 추격 중이며, 고성능 기판 분야에선 삼성전기 외에도 LG이노텍과 대만 유니마이크론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천문학적 AI 투자가 계속될수록 일본 기업들이 선점한 고부가 부품·기판 시장을 둘러싼 ‘한·일·대만 삼국지’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 아니라 AI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는 부품·기판 업체의 실적도 AI 투자 사이클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글로벌머니클럽(GMC)=중앙일보가 블룸버그와 함께 만드는 미국 주식 정보 플랫폼입니다. 글로벌머니클럽 홈페이지(globalmoneyclub.co.kr)와 주요 증권사 MTS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희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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