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과 맥북 등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 칩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애플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가져온 이른바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맥북 등 자사 제품군에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 적용을 시험 중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에 CXMT 칩을 탑재하기 위해 CXMT와 초기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이어 점유율 4위(8%)에 오른 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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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플레이션’에 공급처 다변화
애플이 CXMT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메모리 공급난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PC에 들어가는 메모리까지 부족해졌고, 가격도 치솟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100년에 한 번 닥칠 법한 대홍수”라고 비유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D램 공급사가 현재 세 곳보다 늘어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서 D램을 공급받고 있다. 애플에 앞서 PC 제조사인 HP와 에이서(Acer)도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밖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에 CXMT 칩을 탑재했다.
미국 정치권은 애플의 ‘중국산 메모리’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중국 반도체와 협업해 상대적으로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애플은 CXMT·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의 중국 메모리를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현행 수출통제 규정상 애플이 제품 사양을 제공해 CXMT로부터 맞춤형 칩을 공급받기는 어렵지만, 이미 개발된 범용 칩은 구매할 수 있다. 애플은 우선 중국 판매용 제품에 CXMT 칩을 탑재하는 방안에 대해 백악관의 동의를 구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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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영향 제한…장기 경쟁 변수
보도에 따르면 CXMT도 올해 생산 물량이 대부분 예약돼 있어, 실제 납품이 이뤄져도 당장 세계적인 메모리 공급난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격적인 증설 이후에는 가격 협상에서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CXMT는 베이징에 두 번째 D램 공장을 검토하는 등 생산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공장 증설까지 마치면 월 웨이퍼 생산능력은 현재 30만 장에서 60만 장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유회준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CXMT의 기술력은 아직 보급형 D램 수준이어서 당장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애플의 선택이 CXMT를 키우는 계기가 돼 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PC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3.9%, PC는 11.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