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데이터센터(AIDC)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에 돌입한다. 올해 말까지 충청권과 영남권에 각각 246조원, 107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착공하고, 호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광주 군 공항 부지의 군 시설은 2028년 하반기까지 이전·분산을 완료키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3대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관련 절차를 동시에 다발적으로 추진해서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규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최대한 빠른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부지와 기반 시설이 중요하다”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에는 일본 구마모토에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은 건설 발표(2021년 10월)에서 반도체 양산(2024년 12월)까지 3년 2개월 만에 완료됐다. 일본 정부가 농지였던 부지를 4개월 만에 공장용지로 변경 승인하고, 환경영향평가와 용수 허가 등 인허가 절차를 한번에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부처 칸막이나 규제,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혹여라도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이거나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데, 각별히 잘 챙겨 주기 바란다”고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이날 점검회의에선 국가 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광주 군 공항 부지 인프라 정비 시점이 확정됐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군 시설 이전 및 임시 분산 배치를 2028년 하반기까지 완료해 군 공항 부지가 반도체 산단으로 조기에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며 “탄약고 예정 부지의 경우, 최대한 이른 시간 내 펩(반도체 공장) 착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력은 지역 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을 활용해 2028년 말부터 공급하고, 1일 65만톤의 용수도 2030년까지 차질 없이 공급한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제2차 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펩 10기가 들어설 예정인 경기 용인 클러스터 전력·용수 공급도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산단 내 열병합·LNG는 물론, 중부·동해안·호남권 발전력을 총동원해 2041년까지 최종 전력 수요 14.7기가와트(GW)를 차질 없이 공급하고, 통합 용수 공급 사업도 신속히 추진해 기업들의 조기 준공 스케줄에 맞추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측에선 “이렇게 빨리 일이 추진될 지 몰랐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충청권·영남권 투자도 속도를 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네이버 등 6개 기업이 올해 말까지 충청권에 246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개시한다. SK와 삼성전자, 삼성SDS,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한화, 현대차, 두산 등 8개 기업은 영남권에서 107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연내 착수한다. 강 실장은 “57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올해 차질 없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정부는 권역별로 중앙·지방정부, 기업 간의 협의 채널을 구축해 투자 애로사항을 밀착 관리하고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제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는 수요 형성 초기 단계인 피지컬AI 분야는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700대, 4족 보행 로봇 등 1000대 이상을 구매해 초기 시장을 적극 창출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는 피지컬AI 시장 창출에 부족한 수준”이라며 “수요 조사에 바탕을 두고 정부 구매 규모를 대폭 확대해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고 강 실장은 전했다. 이른바 ‘K자형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협력 방안과 관련해서는 대·중소기업이 기술 개발부터 양산까지 협력하는 ‘함께성장 프로젝트’를 10년간 1조원 규모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연내 추진하기로 했으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는) 지역 주민과 노동계의 동의를 받을 때 가능한 문제”라며 “일방적으로 청와대가 지휘해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