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싼 렌트 매물을 온라인에 올린 뒤 집을 보여주기도 전에 신청비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매물의 사진과 설명을 그대로 베껴 집주인 행세를 하는 데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사칭까지 등장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상반기 접수된 렌트 사기는 약 6만5000건, 피해액은 약 6500만 달러다. 피해액 중간값은 1000달러였다.
특히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피해가 많았다. FTC가 2024년 7월~2025년 6월 접수된 렌트 사기 신고를 분석한 결과, 사기가 시작된 곳이 확인된 사례 가운데 약 절반이 페이스북의 가짜 렌트 광고였다. 온라인 게시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가 16%로 뒤를 이었다.
실제 매물이나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사진과 정보를 도용해 가짜 매물을 만든 뒤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인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 대표적인 수법이다.이든 백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장은 “실제 매물이나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을 이용해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빈집에 들어가 주인 행세를 하며 보증금이나 계약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질로(Zillow) 같은 부동산 사이트뿐 아니라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도 매물을 올려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며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매물을 올릴 수 있는 곳도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A타임스도 10일 실제 매물의 사진과 설명을 도용한 뒤 연락처만 바꿔 집주인이나 부동산 관계자인 것처럼 속이는 사기가 가주에서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에서는 팸 예거(53)가 이런 가짜 매물에 속아 2575달러를 잃었다.
예거는 지난달 질로에서 지역 평균보다 다소 저렴한 방 2개짜리 렌트 매물을 발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주인이 살고 있는 주택이었다. 사기범은 이 집이 과거 매물로 나왔을 당시 사용된 사진과 영상을 도용한 뒤 “현재 세입자가 살고 있다”며 내부를 보여주지 않았다.
예거는 집을 직접 보지 못한 채 신청비 75달러와 보증금 2500달러를 젤(Zelle)로 보냈다. 이후 사기범이 첫 달 렌트비까지 요구하자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연락이 끊겼다.가짜 매물은 가주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ABC7뉴스도 북가주 샌리앤드로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이 틱톡에서 월 800달러짜리 렌트 매물로 둔갑했다고 지난 6월 보도했다.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가짜 매물 약 8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샌디에이고 미라메사에서도 지난 4월 질로의 실제 매물 사진과 설명을 그대로 복사한 가짜 매물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사기범은 집을 보여주는 조건으로 75~80달러를 요구했다.
AI를 이용한 사칭도 등장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 3일 AI로 가짜 영상과 음성뿐 아니라 신분증과 소득·소유권 관련 서류까지 위조하는 부동산 사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집주인이나 부동산 에이전트의 목소리를 복제하거나 딥페이크 영상으로 화상통화까지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집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돈부터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른 부동산 사이트에서 주소와 가격, 사진, 연락처를 대조하고 집주인이나 에이전트의 신원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집을 보여주기도 전에 신청비나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송금을 재촉하면 의심해봐야 한다. 상대방의 신원이 확인되기 전에는 개인정보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