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만 달러가 넘는 장기요양비가 중산층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메디케어는 단기 재활만 지원하고 일상적인 수발이나 간병 위주의 장기요양(Long-Term Care) 비용을 거의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메디캘은 일정 자격을 갖춰야 지원받을 수 있어 그 사이에 낀 중산층 가정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LA에 사는 한인 정수미(57)씨도 최근 뇌경색으로 입원한 80대 어머니의 퇴원을 앞두고 장기요양 문제에 부딪혔다. 단기 재활치료가 끝나 메디케어 지원이 중단되면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어머니를 돌봐야 하지만, 알아본 장기요양시설 비용은 한 달 수천 달러에서 1만 달러가 넘었다.
정씨는 “어머니가 메디캘이 없어 요양비를 전부 부담해야 한다”며 “노후를 생각하면 병보다 장기요양 비용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정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병과 장기요양 비용이 일반 물가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는 이른바 ‘케어 인플레이션(Care Inflation)’이 중산층 가정의 노후를 압박하고 있다.
비영리 노인단체 AARP 공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9~2024년 홈케어와 어시스티드 리빙 비용은 약 50% 급등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3%의 두 배를 웃돌았다. 시니어 데이케어 비용은 33%, 전문요양시설 비용도 최대 25% 올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장기요양비가 이미 웬만한 중산층 가정이 자비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았다.
장기요양 비용 조사기관 케어스카우트(CareScout)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연간 장기요양 비용은 홈케어 9만1520달러, 어시스티드 리빙 8만2800달러, 전문요양시설 다인실 14만6000달러, 개인실 18만2135달러에 달했다. 전문요양시설은 한 달로 따지면 다인실이 약 1만2200달러, 개인실은 1만5000달러를 넘는다.
본지 2026년 업소록 기준 LA한인타운에는 전문요양시설 20여 곳이 운영 중이며, 월 비용은 8000~1만2000달러 수준이었다.
문제는 상당수 시니어와 가족들이 장기요양비를 메디케어가 부담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메디케어는 전문간호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경우 전문요양시설 비용을 제한적으로 지원하지만 식사·목욕 등 일상생활을 돕는 장기요양 비용은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장기요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은 메디캘에 눈을 돌리지만 여기에도 자격 기준이라는 문턱이 있다. 부에나파크에 사는 최수호(60)씨도 파킨슨병을 앓는 아버지의 장기요양 문제로 고민이 크다. 최씨는 “월 1만 달러가 넘는 아버지의 요양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메디캘을 알아봤는데 올해부터 자산심사가 다시 시작됐다고 들었다”며 “자칫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을 요양비로 써야 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보건서비스국(DHCS)에 따르면 올해 노인·장애인과 장기요양 대상자 등에 대한 메디캘 자산심사가 재개됐다. 1인 기준 산정 대상 자산이 13만 달러를 넘으면 자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실거주 주택 1채와 차량 1대는 자산 산정에서 제외된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자산 기준은 1인 2만1000달러, 2인 3만1000달러로 대폭 낮아진다. 메디캘을 지원받기에는 자산이 많지만, 매달 1만 달러 안팎의 요양비를 자비로 감당하기도 어려운 중산층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임스 안 이웃케어클리닉 환자지원서비스부 디렉터는 “LA카운티 공무원으로 30년 일하고 은퇴한 뒤 월 3500달러의 연금을 받는 경우 메디캘 지원을 받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월 1만 달러가 넘는 요양비를 감당할 형편도 안 된다”며 “이런 경우 결국 요양비 부담이 자녀들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양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자녀들이 직접 부모 돌봄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패서디나에 사는 김현승(56)씨는 “어머니 간병인을 하루 8시간만 써도 한 달에 5000~7000달러가 들고, 24시간 돌봄은 1만5000달러 가까이 필요했다”며 “결국 삼남매가 직접 어머니를 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메디캘 지원을 받고 있다면 갱신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격이 끊기면 그동안 지원받던 월 수천 달러에서 1만 달러가 넘는 요양비가 고스란히 가족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양로병원 한 관계자는 “특히 치매 환자는 본인이 갱신 절차를 챙기기 어려운 만큼 가족이 우편물과 온라인 계정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치솟는 장기요양비에 부모의 노후를 걱정하던 자녀 세대가 이제는 자신의 노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