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에서 11시즌 동안 센터로 활약했던 에네스 칸터 프리덤이 10일(현지시간) “2027시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드래프트를 신청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여성 선수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모호한 WNBA의 성정체성 포용적 태도의 허점을 꼬집는 퍼포먼스다.
WNBA는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장이 되고 있다. 지난달 WNBA 선수 소피 커닝햄(인디애나 피버)이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탈의실에서 어린 소녀들을 보호하고 싶다”며 “생물학적인 남성과 맞서 싸울 수는 없다”고 말한 게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는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출전의 논란을 촉발시킨 인디애나 피버의 가드 소피 커닝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커닝햄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영감을 준 발언”이라고 옹호했다. 이후 WNBA 경기장 앞에서는 커닝햄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단체의 집회와 다양성을 옹호하는 단체의 맞불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WNBA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트랜스젠더 선수가 뛴 적이 없다. 그러나 WNBA리그에는 인종 차별에 반대하고 성정체성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WNBA 선수협회는 이번 논란에 대해 “트랜스젠더 공동체에 대한 증오를 확대하고 악마화하고 있다”며 규탄하며 포용성을 거듭 강조했다. 미네소타 링크스 감독인 체릴 리브는 “트랜스젠더 어린이도 우리에 포함된다(Trans Kids Belong)”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성정체성의 다양성에 힘을 실었다. 리그 최고의 스타 케이틀린 클라크는 “중요한 건 농구”라고 갈등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양측 지지자들로부터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
WNBA는 리그와 선수협회의 단체협약에 따라 운영된다. 단체협약에는 “여성인 선수만 WNBA에서 뛸 자격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케이트 잉겔버트 WNBA 총재는 논란이 커지자 각 구단에 “우리 리그의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 주제를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고 서신을 보내며 “우리 리그의 선수 자격은 일부 리그나 경기 단체의 규정과 달리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몇몇 사람들이 지난 2일 미네소타 미니에폴리스 미국여자프로농구 경기장 앞에서 성전환 선수의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2년 보스턴 셀틱스에서 은퇴한 프리덤은 이 같은 모호한 기준의 틈을 파고들면서 “스스로 누구인지 선언하는 것만 요구된다면, 나는 WNBA에서 뛸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하며 WNBA 드래프트 신청서에 사인했다. 중국과 튀르키예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발언을 해온 프리덤은 “내 행동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나는 조롱하거나 희화화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규칙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덤에 이어 NBA 선수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로이스 화이트도 “농구를 하기 위해 가끔 여성으로 정체성을 바꾼다”며 드래프트 동참의사를 밝혔다.
에네스 칸터 프리덤. 사진 인스타그램
최근 주요 국제 스포츠기구는 엘리트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육상, 수영, 사이클 등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여성 종목 출전이 전면 금지됐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여자부 경기에는 생물학적 여성의 출전만 허용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일생에 한 번 받는 성별 검사를 통해 자격 요건이 결정되며 이를 통해 참가에 제한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라는 행정명령을 시행한 뒤 학교와 생활체육에서 여성 스포츠에 트랜스젠더 출전 금지가 강화됐다. 단 행정명령은 프로 스포츠를 포괄하지 않는다.
대한체육회에는 성전환 선수의 대회 출전에 대한 규정은 없다. 주민등록상 성별을 기준으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며, 사안이 생길 경우 종목별 국제기구의 규정을 기준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