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중시 문화로 지역 학업 수준 높아져 …주류 판매 시설 영어외 언어 한국어가 유일 …일·주거·여가 해결하는 자족형 도시 희망”
조지아주 둘루스 시청에서 그렉 휘틀록 시장을 만났다. 한인사회가 둘루스 시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는 휘틀록 시장. 장채원 기자
조지아주 한인 인구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명실상부 전국 여섯 번째로 큰 한인 커뮤니티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연구·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인들이 뿌리내리는 지역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조지아주에서 도시의 설계자이자 최고 관리자인 시장을 차례로 만나 한인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 각 지역들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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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한글 간판을 단 음식점과 상점이 즐비하다. 한인 소유 사업체만 약 100개에 달한다. 한국 문화가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 있는 도시, 둘루스다. 그렉 휘틀록 시장이 2024년부터 이 곳의 시정을 책임지고 있다. 휘틀록 시장은 1992년 조지아주립대학교(보험학)를 졸업한 뒤 전문상담사로 일하다 2007년 처음 시의원으로 당선되며 지역정치에 입문했다. 2012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손해보험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근 10년새 도시의 인구 구성이 인종·문화적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한인 유입이 도드라졌는데.
“한인 사회는 우리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다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도시를 방문하는 누구나 한인 상점과 교회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의 영향으로 지역 학교들의 학업 수준이 전반적으로 한 단계 높아지는 실질적 변화도 생겼다. 다양한 배경의 이주민들을 돕기 위해선 다국어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시청 직원을 채용할 때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재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주민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이민자를 고용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둘루스는 동남부 지역에서 한인 지역상권이 가장 발달한 곳 중 하나다. 특별한 지원 체계가 있나.
“둘루스의 경제적 규모는 알파레타, 라즈웰, 우드스탁 등 인근 대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 때 한인 사업주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시청 내 코리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적도 있지만, 일상적인 교류가 보편화되면서 해당 조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한인 상공회의소와 주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커뮤니티의 필요를 다각도에서 섬세하게 고려하고 있다. 가령, 주류 판매 시설에 대한 교육을 한국어로 진행하는데 영어 외 지원 언어는 한국어가 유일하다.”
-이민자들에게 경제적 성공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둘루스 시내에는 공립 고등학교 2곳이 있다. 둘루스 고교와 피치트리릿지 고교다. 두 곳 모두 교육의 질, 학업 성취도, 교내 안전의 측면에서 전국 최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많은 한인 부모가 둘루스보다 존스크릭 지역 학군이 더 낫다고 판단해 자녀 학령기에 노스 풀턴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성취 기회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어쩌면 이 곳이 더 많다. 단지 지역 사회 인식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에서는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자 수, AP(대학과목 선이수제) 과목 개설 수 등 학교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다양한 지표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치안 역시 도시 품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으리으리한 집과 최고의 학군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정작 그 공동체가 안전하지 않다면 결코 살고 싶은 곳이 될 수 없다. 안전은 도시의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 시 관할 구역 면적은 비교적 좁아 사실상 시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가 꼼꼼한 감시 하에 놓여 있다. 마약 밀매상, 갱단 등 범죄자가 시내로 들어오기 전에 먼저 제지할 수 있는 안전망이 갖춰져 있다. 경찰의 역할은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것 외에도 주민들과 유대감을 쌓는 것이다. 휴가차 집을 비울 때 경찰서에 알리기만 하면 경찰관이 매일 순찰차를 타고 집 주변에 내려 보안 상태를 점검해준다. 우리 시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지역사회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경찰관이 주민 500명당 1명꼴로 배치돼 있다.”
-향후 도시의 마스터 플랜은.
“일과 거주, 여가를 한번에 해결하는 자족형 도시로서 거듭나고 싶다. ‘살만한 임금’(Livable Wage)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도시 내에서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이주민이 늘면서 상습 교통 정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통근 경로상 북쪽에서 남쪽으로, 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우리 도시를 경유해 가기 때문에 이같은 도로 혼잡이 발생한다. 주거 및 편의 시설, 일자리, 의료 기관 등의 생활 시설을 지역 내에 확충해 도시를 가로지를 필요를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곳을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사람에게 둘루스를 설명한다면.
“‘남부 특유의 매력을 간직한 국제적인 도시’라고 묘사하고 싶다. 소도시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와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매우 다채로운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청 광장에 나가보면 모든 사람들이 서로 스스럼없이 교류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풍경을 보다보면 ‘세상은 원래 이런 모습이 돼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