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로 굳어진 카데로 거리와 철도 측량관의 흔적 전기등 도입으로 1년 만에 사라진 가스등지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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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스팔트 도로가 익숙한 밴쿠버지만 110년 전에는 흙과 자갈이 깔린 길이 도시 곳곳을 채웠다. 초기 도로에는 벽돌과 목재 판자, 화강암 판석까지 동원됐고, 스탠리 파크 주변에서는 현지 원주민들이 오랜 기간 남긴 조개껍데기 퇴적층도 도로 재료로 쓰였다. 도시가 빠르게 성장한 뒤에도 1930년대까지 밴쿠버 시내 상당수 도로는 자갈길이나 흙길로 남아 있었다.
도로 이름 직접 붙인 철도 측량관
밴쿠버 초기 도로망과 이름을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은 로클란 알렉산더 해밀턴 캐나다 태평양 철도 토지 측량관이였다. 해밀턴은 초기 도시 구역을 정리하면서 키칠라노와 페어뷰 일대 도로에 전나무와 참나무 등 나무 이름을 붙였다. 지금의 해밀턴 스트리트에는 자신의 성을 그대로 사용했다.
도로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철자 오류도 잇따랐다. 맬컴 맥클린(Malcolm MacLean)의 이름을 딴 맥클린 드라이브(McLean Drive), 코르데로 해협(Cordero Channel)에서 유래한 카데로 스트리트(Cardero Street), 베드웰 베이(Bedwell Bay)를 내려다보며 지으려다 오타가 난 비드웰 스트리트(Bidwell Street) 등이 대표적이다.
한쪽 팔로 가스등지기, 1년도 못 간 직업
초기 밴쿠버 거리에는 지금과 같은 전기 가로등도 없었다. 1887년에는 존 클러프가 밴쿠버 최초이자 유일한 가스등지기로 일하며 개스타운 일대의 석유 램프에 불을 켰다.
영국 출신인 클러프는 철도 공사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뒤 이 일을 맡았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밴쿠버에 전기 가로등이 들어오면서 그의 일자리도 오래가지 못했다. 도시의 조명 방식이 빠르게 전기로 바뀌면서 가스등지기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졌다.
1940년대에도 도로 표지판은 허술
도로가 정비된 뒤에도 길 찾기는 쉽지 않았다. 1940년대까지 밴쿠버의 도로 표지판은 한쪽 방향에서만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들이 교차로를 지나친 뒤에야 도로 이름을 확인하는 일이 흔했다.
내부에 불을 넣어 밤에도 볼 수 있도록 만든 투명 표지판도 사용됐지만 쉽게 깨지거나 조명이 꺼지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 표지판을 철거한 뒤 새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아 몇 달 동안 도로 이름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현재의 밴쿠버 도로망은 흙길과 자갈길에서 시작해 아스팔트 도로로 바뀌었고, 석유 램프는 전기 가로등으로, 엉성했던 도로 표지판은 체계적인 교통 안내 시설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도로와 거리 이름에도 도시가 만들어지던 초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