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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우리가 ‘미개하다’고 불렀던 것들

Los Angeles

2026.08.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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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변호사

이종원 변호사

아마존 원주민은 사람이 죽으면 나무가 된다고 믿는다. 그뿐만 아니라 강이나 벌 또는 다른 동물의 모습으로 자연에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을 미개한 미신이라고 웃어넘기기 쉽다. 그러나 이런 개념은 우리 한민족에게도 친근하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된 존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기후위기와 자연파괴를 막겠다며 동원하고 있는 위성 모니터링, 탄소 크레딧, 생태계 서비스 가치 산정 같은 정책을 살펴보자. 과거의 가르침과 현재 정책이 결국 말하려는 바도 다르지 않다. 인간과 자연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과학이 수백 년 만에야 도달한 결론을, 우리 조상과 아마존 원주민들은 이미 세계관 안에 품고 있었다.
 
페루 출신 화학생물학자 로사 바스케스 에스피노자는 원주민의 전통과 코로나19 팬데믹을 연결한다. 아마존 원주민은 6500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침 없는 벌’을 치료에 사용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원주민 공동체는 “벌의 꿀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증상 완화에 사용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밝혀달라”고 관계 기관에 요청했다. 이에 연구자가 벌을 분석하기 위해 원주민 거주 지역에 들어갔다가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했다. 벌은 이미 그 공동체의 교육이었고, 식량이었고, 의학이었으며, 여성과 청년의 경제였다는 사실이다.
 
현대 과학이 수천 년이나 된 전통 지식을 ‘뒤늦게 확인’하는 패턴은 낯설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강황의 항염 효과, 발효식품의 장내 미생물 활성화 작용, 명상의 신경과학적 근거 등이다.  
 
과학은 자꾸만 할머니의 부엌과 무당의 주문 근처를 맴돈다. 그런데 이 지식을 수천 년간 보존해 온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돌려줬는가. 특허는 제약회사가 가져가고, 논문의 명예는 연구자가 가져갔으며, 아마존 원주민 공동체는 ‘연구 대상’으로만 남았다. 이처럼 지식의 착취는 자원의 착취보다 조용하고, 오래 지속한다.
 
우리는 아마존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자연’으로 상상해왔다. 그런데 이런 상상이 사실은 잘못된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다. 현대 기술로 아마존 삼림 아래를 들여다봤더니 이미 도로가 있었고, 정착지가 있었고, 정교한 농업의 흔적이 있었다. 아마존은 야생이 아니었다.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이 자연과 함께 가꿔온 거대한 정원에 가까웠다.
 
한국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우리도 불과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산과 강에 이름을 붙이고,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고, 마을 어귀의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지식은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지워졌다. 근대화는 효율의 언어로 여겨졌고,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 됐다.  
 
바스케스 에스피노자 박사는 “아마존을 지키는 일은 멀리 떨어진 숲의 보존을 돕는 자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기후위기 앞에서 ‘지속 가능성’을 배우겠다며 찾아 나선 연구가, 사실은 우리가 잊고 있던 전통과 이어진다고 생각된다. 이는 나무가 된 조상들 곁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던 것이다. 진보는 직선이 아니다. 우리가 버린 것들이 오히려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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