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해결사’가 한국 야구와 두산 베어스의 미래를 밝힌다. 두산 2년 차 내야수 박준순 얘기다.
지난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역대 최연소 두 자릿수 결승타 기록을 세운 두산의 새로운 주포 박준순. 사진 두산 베어스
박준순은 지난 11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20세 29일의 나이로 올 시즌 10번째 결승타를 쳤다. 3-0으로 앞서던 두산이 7회 초 3-3 동점을 허용했는데, 7회 말 곧바로 결승 3점 홈런을 폭발해 팀에 6-3 승리를 안겼다. 심지어 이 홈런은 한국 야구장 중 가장 큰 잠실의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 관중석 최상단에 내리꽂혔다. 비거리 130m에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5㎞. 폭염 브레이크 동안 야구를 기다렸던 잠실의 두산 팬들은 박준순의 시원한 한 방에 일제히 목말랐던 함성을 터트렸다.
이 결승타는 박준순에게 큰 의미가 있다. 그는 KBO가 결승타 기록을 전산화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한 시즌 두 자릿수 결승타를 만들어낸 선수로 기록됐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20세 1개월에 달성한 2019년의 강백호(한화)였다. 박준순은 이날 맞은편 더그아웃에 있던 강백호를 넘어 김도영(20세 9개월 15일)·김태균(21세 2개월 19일)·문현빈(21세 3개월 5일)·김현수(21세 7개월 24일)·김하성(21세 10개월 5일)·이정후(21세 11개월 11일) 등 내로라하는 강타자들보다 빠른 속도로 결승타를 생산했다.
지난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역대 최연소 두 자릿수 결승타 기록을 세운 두산의 새로운 주포 박준순. 사진 두산 베어스
이제 프로 두 번째 시즌을 보내는 박준순의 ‘해결사’ 본능은 놀라울 정도다. 지난 4월 5일 잠실 한화전 결승 홈런을 시작으로 8일 잠실 키움전-14일 인천 SSG전-19일 잠실 KIA전까지 잇달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4월 26일에는 LG와의 한 지붕 라이벌전에서 19세 9개월 13일 나이로 두산 구단 역대 최연소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심지어 지난달 28일 인천 SSG전(연장 10회)과 31일 잠실 LG전에 이어 이날까지 연속 3개의 결승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했다.
박준순은 그 비결을 묻자 “득점 기회가 왔을 때 조금 흥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마음을 좀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타석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며 “중요한 상황에선 확실히 좀 더 집중력이 생기고, 공도 더 잘 보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지난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역대 최연소 두 자릿수 결승타 기록을 세운 두산의 새로운 주포 박준순. 사진 두산 베어스
박준순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다. 두산이 내야수를 1라운드에 지명한 건 2009년 허경민(현 KT) 이후 16년 만이었다. 그만큼 큰 기대 속에 입단했는데, 두 시즌 만에 빠른 속도로 성장해 팀의 새로운 주포로 도약했다. 지난 5월 허벅지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했는데도, 간판타자 양의지와 팀 내 타점 1~2위를 다툴 정도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타격하는 적극성에서 남다른 배짱도 엿보인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투수들에게 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라고 강조하듯, 박준순도 타석에서 3구 안에 빠르게 결과를 내려고 하는 스타일”이라며 “젊은 선수들은 박준순처럼 ‘잃을 게 없다’는 자세로 야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가을야구 재입성을 노리는 두산도, 다음 달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대표팀도, 박준순의 존재감에 기댈 일이 많아질 듯하다. 박준순은 그저 ‘숫자 욕심’을 버리고, 자기 할 일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일부러 홈런을 많이 치려고 하다 보면 타격 밸런스가 망가질 수도 있다”며 “시즌 초반엔 1군에 붙어 있는 게 목표였던 내가 지금은 매 경기 나갈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다”고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