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내내 엎치락뒤치락하자 환호·야유 교차…유세 현장선 일부 욕설도
"보통 사람이 정치해야 우리 삶 바뀐다"…"다시 도전했으면" 기대 여전
[르포] 초접전 끝 석패…'보통사람' 프란체스카 홍에 열광한 지지자들
개표 내내 엎치락뒤치락하자 환호·야유 교차…유세 현장선 일부 욕설도
"보통 사람이 정치해야 우리 삶 바뀐다"…"다시 도전했으면" 기대 여전
(매디슨
<미 위스콘신주>
=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 위스콘신 주지사 민주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개표 결과를 지켜본 민주당원들은 어느 쪽을 지지했든 자정을 넘겨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주의자인 한인 2세 프란체스카 홍(37·한국명 홍윤정) 위스콘신주 하원의원이 당 주류의 지원을 받은 데이비드 크롤리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과 끝까지 초박빙 승부를 펼쳐서였다.
끝내 주류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개표 관전 파티가 열린 매디슨 시내 앳우드 뮤직홀은 패배의 아쉬움 속에서도 홍 후보를 향한 지지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스탠딩 기준 약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일찍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무대 앞 대형 화면에 개표 상황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 야유가 교차했다. 뉴스 화면에 잠깐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할 때는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투표 마감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올리비아(57·여)는 "긴장된다"며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1%P 차로 승리한 진보 성향 압둘 엘사예드 후보를 언급했다.
홍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는 "정책, 정책, 정책"이라고 세 번이나 강조하면서 "명확하고 유익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은 민주당 주류 기득권에 지쳐있다"며 "'너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그냥 받아들여'라는 식의 태도에 다들 신물이 난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했다는 모건(22)은 "대중교통망 확충이나 무분별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처럼 우리 삶과 직결된 공약을 내건 후보는 프란(프란체스코) 홍이 유일하다"며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유권자가 갈망하는 진짜 변화를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셰프 출신이자 이민자의 딸, 싱글맘인 홍 후보의 이력도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원동력으로 꼽혔다.
데보라 매캔츠(75·여)는 "프란 홍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regular everyday people)"이라며 "돈이나 거대 자본에서 시작한 정치인이 아니라, 셰프로 일하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며 치솟는 월세와 의료비 부담을 직접 겪어본 보통 사람이 정치에 나와야 우리 삶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버니 샌더스(상원의원) 열풍'이 불던 2015년 민주사회주의자 연맹(DSA)에 가입했다는 에스티 디무르(71·여)는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같은 인물들이 당선되고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DSA 운동 규모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중요해졌다"며 "풀뿌리 노동자 정치가 위스콘신에서도 결실을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홍 후보가 살짝 밀린 개표 초반 상황을 지켜보던 매캔츠와 디무르는 "속상하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정이 가까워지도록 현장을 지킨 바브 클라크(72·여)는 개표 결과에 아쉬움을 표한 뒤 "프란이 낙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길 바란다"며 "다시 도전한다면 이번처럼 기꺼이 현장에 나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친구인 패티 엘슨(80·여)도 "보통 젊은 세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프란은 청년들에게 이슈를 제시하고 이들을 정치 현장으로 끌어냈다"며 "이것이야말로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원인 토리(38·여)는 홍 후보의 지지자는 아니라면서도 "프란과 같은 배경과 정견을 가진 인물이 위스콘신에서 이 정도 규모의 정치적 운동을 보여준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화요일 밤에 이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 자체가 유권자들이 변화를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호평했다.
위스콘신은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힌다. 최근 대선에서도 민주·공화 양당 후보가 번갈아 승리했으며 2016년, 2020년, 2024년 모두 1%P 이내의 근소한 차이로 결과가 갈렸다.
이처럼 정치적 지형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역답게 거리에서도 홍 후보를 둘러싼 분위기는 뚜렷하게 갈렸다.
11일 오후 홍 후보가 매디슨 남쪽 주택가에서 지지자들을 만나는 자리 옆을 지나던 한 주민은 "끔찍한 캐나다"라 외치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홍 후보와 지지자들을 본 이 백인 여성은 "사유지에 있는 것조차 불쾌하다"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진보 정치인들의 복지 확대 공약을 '캐나다식 사회주의'로 규정하는 미 보수 진영의 정치적 수사가 상당 부분 먹혀들었음을 보여준 사례로 보였다.
이러한 기류는 '본선 경쟁력'을 내세운 민주당 중도 진영에 막판 표심이 쏠린 배경이기도 하다. 결국 홍 후보는 중도 성향의 크롤리 후보에게 1%p 미만의 격차로 주지사 후보직을 내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