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실기업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한 지 한 달여 만에 관리종목을 무더기로 지정했다.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와 시가총액 미달 기업에 대한 퇴출 잣대가 본격 적용되면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기준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았거나, 시가총액이 시장별 기준에 미달한 상장사 36개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상장규정 개정안을 통해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코스피는 기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코스닥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였다. 해당 상장사는 코스피 9개사, 코스닥 27개사다. (표 참조)
김영희 디자이너
이들은 13일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종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이번 조치는 금융당국이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전환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올해 코스닥에서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기업이 50곳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 체질 개선을 기대한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전체 영업이익(14조1000억원)에서 한계기업을 제외할 경우 남아있는 기업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18조8000억원으로 4조원 이상 늘어난다. 한계기업이 퇴출되면 코스닥 전체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존 112.6배에서 31.3배로 대폭 낮아져 시장의 평가가치 부담이 완화된다. 여기에 당국은 하반기 ‘코스닥 승강제’(프리미엄·스탠다드 등 단계별 리그제)를 추진 중이다.
반면 해당 상장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최근 증시 전반의 수급 불안으로 주가가 눌린 정상 기업들까지 일률적 잣대로 벼랑 끝에 몰렸다는 것이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7포인트(0.12%) 오른 858.91에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7일 기록한 고점 1226.18과 비교하면 약 30% 낮은 수준이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 제이엠아이의 경우 올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8% 증가한 28억원을 기록하고, 시가총액도 280억원을 상회했지만, ‘주가 1000원 미달’ 요건 때문에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퇴출 위기에 놓인 상장사들은 유상증자와 자사주 매입, 액면병합, 인수·합병(M&A)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의 자금 여력이 부족해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코스닥 기업 경영자들은 벌써 배임죄 등 형사 고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로펌을 찾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폐지 문턱은 내년부터 한층 더 높아진다. 시가총액 하한선이 코스피는 500억원, 코스닥은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지난 7월 말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내년 강화된 요건을 적용할 경우 시가총액 기준 미달 기업이 479곳으로 늘어나 전체 상장사의 18.6%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