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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GPS 없어도 임무 완수…美도 반한 대한항공 ‘비밀병기’

중앙일보

2026.08.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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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대한항공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 대한항공

지난달 1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대한항공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드론쇼코리아(DSK),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 등에서 잇따라 개발 성과를 인정받으며 피지컬 인공지능(AI)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피지컬 AI는 화면 속 AI가 물리적인 몸체를 얻어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이다. 로봇 개, 휴머노이드, 짐을 나르는 물류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그중에서도 차세대 무인기에 강점을 지닌다는 평가다.



현대전 패러다임 바꾸는 ‘게임 체인저’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상황을 판단해 조종하는 대신, AI 알고리즘을 탑재한 무인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기체를 조작한다. 사람이 영상을 보고 원격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지정된 임무 지역 내에서 비행경로를 계산해 기체를 직접 제어한다. 통신과 GPS 신호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도 지형을 참조해 목표를 찾아가기도 한다.

피지컬 AI 무인기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는 데 있다. 인간이 버티기 힘든 중력을 견디며 기동하고, 피로 없이 비행시간을 늘릴 수 있다. 인명 손실 우려가 없어 가장 위험한 임무에도 투입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비용 구조도 이점으로 꼽힌다. 수천만 원 단위의 무인기를 막기 위해 수십억 원짜리 대공미사일을 써야 하는 이른바 ‘비용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준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무인기의 실전 배치를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유·무인 복합체계(MUM-T) 완성을 통한 인명 피해 최소화, 전자전 및 통신 두절 환경의 극복, 군집 지능 기반의 압도적 전술 능력 등이 주요 변화로 꼽힌다.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최대의 작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산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목업. 사진 대한항공




여러 대가 한 팀처럼…3대 핵심 기술이 뒷받침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무인기는 크게 세 갈래로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아음속 무인 표적기 ▶소형 및 중형 타격 무인기다.

길이 약 4m의 소형 협동 무인기 ‘KUS-FX’는 AI 기반의 지능형 임무 자율 기능을 탑재했다. 군집 자동 비행으로 유무인·무무인 복합 체계 구현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개발을 완료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 미래 핵심 무기 체계로 주목받는다.

아음속 무인 표적기는 우리 군의 대공 무기 체계 시험과 요격 훈련을 위해 개발 중이다. 가상의 적 전투기나 미사일처럼 비행하며 실전과 동일한 요격 훈련 환경을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소형·중형 타격 무인기는 실제 전장에 투입되는 무기 체계로, 적 표적을 식별해 정밀 타격까지 자율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자율성’과 ‘연결’을 키워드로, 여러 대의 무인기가 지능적으로 움직여 하나의 팀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한 3대 핵심 기술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지상에 있는 사람이 원격으로 기체를 조종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휘관이 방어 목표를 명령하면 무인기 여러 대가 스스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누는 ‘임무 자율 기술’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군집 통제 지상체 기술’이다. 무인기들이 자율적으로 비행하더라도 지휘부는 전체 상황을 완벽하게 장악해야 한다. 수많은 무인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해 지상 통제소에서 전체 편대의 현재 상황을 한눈에 관제할 수 있게 하는 중추 시스템이다. 마지막은 ‘군집 비행 기술’이다. 수십 대의 무인기가 하늘에서 무리 지어 비행하려면 고도의 정밀 제어가 필요하다. 무인기들끼리 서로의 위치와 속도 등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충돌 없이 간격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산불 진압부터 항공 정비까지, 민간 활용도 무궁무진

민간 분야로의 확장도 빠르다. 가장 빠르게 도입되는 곳은 산불 등 대형 재난 현장이다. 대한항공은 미국 방산 기업 안두릴(Anduril)과 손잡고 ‘AI·무인기 기반 산불 대응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산불이 나면 사람이 직접 화재 징후를 파악하고 헬기를 띄우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AI가 공중과 지상, 우주(인공위성) 등 다양한 곳에 분산된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24시간 산불 징후를 감시한다. 불씨를 감지하는 즉시 무인기가 자율적으로 출동해 초기 진화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항공기 정비(MRO) 영역의 변화도 크다.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맨눈으로 외관을 점검하는 것 대신 군집 드론과 지상 로버가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3차원 지도를 그려가며 자율주행한다. 이들이 항공기 주변을 구석구석 누벼 데이터를 수집하면, AI 비전 기술이 미세한 균열이나 부품 결함까지 정확히 찾아내면서 고소 작업의 위험성은 낮추고 정비 시간은 크게 줄인다는 설명이다.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에 전시된 대한항공의 AI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모형. 사진 대한항공

‘2026 대한민국 드론·UAM 박람회’에 전시된 대한항공의 AI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모형. 사진 대한항공




안두릴·아처와 손잡고… ‘K-방산 무인기 수출’ 정조준

대한항공의 무인기 개발 역량은 해외 방산 기업과의 협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안두릴과는 무인 항공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대한항공의 무인기 제작 역량과 안두릴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 ‘임무 자율화’를 적용한 무인기를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안두릴 제품 면허(라이선스)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안두릴의 아시아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무인기 시장을 대상으로 공동 수출한다는 복안이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기업인 미국 아처(Archer)와는 지난해 10월, 국방 항공 모빌리티 시장 진입 및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아처의 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 설계 기술과 대한항공의 군용기 개조·무인기 체계 통합 역량을 결합한 ‘군용 AAM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AI 전문 기업들과의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항공 플랫폼과 노하우에 국내 기업의 최첨단 AI 알고리즘이 더해지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항공과 미국 AI 방산 기업 안두릴(Anduril)의 공동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피지컬 AI 무인기의 모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과 미국 AI 방산 기업 안두릴(Anduril)의 공동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피지컬 AI 무인기의 모습.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앞으로 그간 쌓아온 항공기 정비·운항 관제 노하우를 무인기 개발에 접목할 방침이다. 이에 기체만 제조해 온 업체들과는 차별화하는 지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K-방산 무인기 수출’을 목표로 수출형 파생 모델도 준비 중이다. AI 전문 인력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별 무인기 운항 통제를 넘어 피지컬 AI 무인기와 통제 시스템 등 운용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연결하는 통합관리시스템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며 “다수의 무인기가 수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분석해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무인기 통합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해 K-방산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무인기를 직접 제작하는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테크센터 무인기 공장 외경. 사진 대한항공

무인기를 직접 제작하는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테크센터 무인기 공장 외경. 사진 대한항공




유지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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