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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남겨진 ‘물 한병’

Los Angeles

2026.08.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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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 가톨릭 종신부제·수필가

김재동 가톨릭 종신부제·수필가

참 좋은 세상이다. 카톡을 통해 심심찮게 감동적인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다.  물론 쓰레기 같은 잡문(?)도 들어 오지만, 개중에 운 좋게도 숨겨진 보물이 눈에 뜨일 때가 있다.  최근 지인이 보내온 ‘남겨진 물 한병’ 이란 글이 바로 그 경우였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사막을 만난다. 그 사막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일 수도 있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의 어느 순간일 수도 있다. 목이 마른 것은 비단 몸만이 아니다. 지친 마음도, 외로운 영혼도 물을 찾는다.              
 
어떤 남자가 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음식도 물도 모두 바닥났다. 그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걷다가  오래된 오두막 하나를 발견했다. 오두막 안에는 낡은 우물 펌프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껏 펌프질해도 물은 나오지 않았다. 절망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순간, 천장에 매달린 작은 물 한 병이 눈에 들어왔다. 병에는 짧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 물을 먼저 펌프에 부으십시오. 그리고 물을 얻은 뒤에는 다음 사람을 위해 다시 병을 채워 두십시오.”                                                                  
 
그 짧은 문장은 그에게 목숨을 건 선택을 요구했다. 그 물 한 병으로 당장의 갈증을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메시지에 믿음을 걸 것인가?    
 
그는 믿음을 선택했다. 병 속의 물을 펌프에 붓고 열심히 손잡이를 움직였다. 잠시 후,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나왔다. 그는 목을 축인 뒤 자신의 물통을 채우고, 약속대로 병에도 다시 물을 가득 담아 천장에 걸어 두었다. 그리고 쪽지 아래에 한 줄을 남겼다. “나도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이 펌프는 정말 작동합니다.”                                
 
이 이야기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게 된 이유는 ‘물 한병’ 때문이다. 그 작은 병은 누군가의 배려였고, 다음 사람을 향한 신뢰였다. 한 사람이 약속을 지키고, 또 다른 사람이 그 약속을 이어 갔기에 사막에서도 생명은 계속 살아날 수 있었다.  
 
우리의 삶도 그 물 한병 위에 서 있다. 부모가 흘린 땀, 스승이 전해 준 가르침, 선배들의 경험, 이름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수많은 사람의 성실함….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남겨 준 보이지 않는 물 한병을 마시며 오늘을 살아간다. 그래서 삶은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니다. 앞사람의 신뢰를 이어받고, 다시 뒷사람에게 전해 주는 긴 여정이다.  
 
언젠가 우리도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날, 재산보다 값진 것 하나를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절망의 순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건네는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하나, 그리고 “나도 걸어 보니 이 길은 괜찮았습니다”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삶의 흔적 말이다.  
 
사막은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사막이 완전한 절망이 되지 않는 이유는, 오늘도 누군가가 말없이 물 한 병을 채워 두고 떠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삶이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 되지 않을까?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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