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LA다운타운 질 때…버뱅크 ‘친기업’으로 떴다

Los Angeles

2026.08.12 19:0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기업 직접 유치·신속한 인허가·주택 공급 ‘삼박자’
빈 상가와 빌딩, 홈리스 신음하는 LA와 다른 모습
인기 브랜드 지속 입점…1만 가구 주택 건설 추진
버뱅크 다운타운 팜 애비뉴(Palm Avenue)의 보행자 전용 거리. 버뱅크시는 쾌적한 보행 환경과 다양한 상권, 무료주차 등을 앞세워 남가주 대표 도심 상권으로 성장하고 있다. 데이빗 버토우 기자

버뱅크 다운타운 팜 애비뉴(Palm Avenue)의 보행자 전용 거리. 버뱅크시는 쾌적한 보행 환경과 다양한 상권, 무료주차 등을 앞세워 남가주 대표 도심 상권으로 성장하고 있다. 데이빗 버토우 기자

LA 다운타운이 공실 증가와 상권 침체, 노숙자 문제로 활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인구 10만 명 규모의 버뱅크가 남가주 도심 재생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적극적인 기업 유치와 신속한 행정, 깨끗한 거리 관리, 공격적인 주택 공급 정책을 앞세워 쇼핑객과 외식객, 기업을 동시에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최근 “다운타운 LA가 침체를 겪는 사이 버뱅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버뱅크시의 경제 활성화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버뱅크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 리우웬(Van Leeuwen Ice Cream) 유치다.
 
부동산 개발업체 웨스트코스트 인베스터스의 커트 코프먼 대표는 지난 4월 브랜드 관계자가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버뱅크를 방문했을 당시 시 고위 공무원이 직접 동행해 입점을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무원이 ‘우리는 LA시와 다르다. 필요한 일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당초 내년 개점을 예상했던 매장이 아이스크림 성수기인 올여름 문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버뱅크시는 이러한 방식의 기업 유치가 실제 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 간파하고 일상적인 정책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제개발팀은 유치하고 싶은 브랜드 목록을 따로 관리하며 쇼핑센터와 부동산 박람회 등을 찾아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난다. 단순히 입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먼저 기업을 찾아 나서는 방식이다.
 
그 결과 버뱅크에는 의류체인 H&M과 세포라(Sephora), 필즈커피(Philz Coffee) 등이 들어섰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이케아(IKEA) 매장도 자리 잡았다.
 
메리 함조이언 경제개발 매니저는 “몇 년 전 H&M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유치했다”며 “세포라도 같은 방식으로 입점시켰다”고 설명했다.
 
시청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는 기존 입주 기업들이 다른 도시로 이전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업체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필요한 행정 지원을 제공한다.
 
팜 애비뉴와 샌퍼낸도 블러버드 일대 저녁 시간 보행자 거리. 데이빗 버토우 기자

팜 애비뉴와 샌퍼낸도 블러버드 일대 저녁 시간 보행자 거리. 데이빗 버토우 기자

패트릭 프레스콧 커뮤니티개발국장은 “거리 관리와 노숙자 지원, 기업 지원, 마케팅은 하루도 멈출 수 없는 일”이라며 “도시 경쟁력은 끊임없는 관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화이트 글러브’ 방식의 맞춤형 행정 서비스가 버뱅크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LA 중앙도시협회(Central City Association)의 넬라 맥오스커 회장은 “다운타운 LA 역시 소매업체를 적극 지원하는 특별구역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진보적 가치와 경제성장은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버뱅크는 도시 브랜드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월트디즈니 스튜디오가 위치한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라는 장점을 활용해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과거 ‘밥 호프 공항’이던 공항 이름도 ‘할리우드 버뱅크 공항’으로 변경해 상징성을 확보했다. 오는 10월에는 총사업비 13억 달러를 투입한 신공항 터미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새 터미널은 14개의 게이트를 갖춘 약 35만5000제곱피트 규모로 건설되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도 버뱅크 전략의 핵심 축이다.
 
현재 버뱅크는 일자리 수가 주택보다 약 세 배 많은 도시다. 낮에는 근무 인구가 유입되면서 실제 생활인구가 20만 명에 가까워질 정도지만, 거주할 주택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도심에 1만 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개발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민간 개발업체에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23년 완공된 275가구 규모의 ‘퍼스트 스트리트 빌리지’는 이러한 정책의 대표 사례다. 이 단지는 아파트뿐 아니라 와인바와 피트니스센터, 반려동물 미용실 등 다양한 상업시설을 함께 갖춘 복합단지로 조성됐다.
 
민간 개발도 활발하다.
 
라테라 디벨롭먼트는 버뱅크 메트로링크역 인근에 575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완공했으며, 과거 외계인 테마 건물로 유명했던 프라이스 일렉트로닉스(Fry's Electronics) 부지에도 대규모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추진하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공항 종사자와 항공사 승무원 등을 주요 입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신규 개발에 대한 주민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주민들은 도시 특유의 아담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뱅크 다운타운의 한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데이빗 버토우 기자

버뱅크 다운타운의 한 레스토랑 야외 테라스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다. 데이빗 버토우 기자

버뱅크의 또 다른 경쟁력은 생활 편의성이다.
 
무료 공영주차장이 많고 임대료도 할리우드보다 크게 저렴하다.
 
스타워즈 테마 바 '스컴 앤드 빌러니(Scum & Villainy)'를 운영하는 사업가 J.C. 라이펜버그는 “할리우드에서는 주차비만 25달러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버뱅크는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며 “더 넓은 공간을 할리우드보다 약 40% 저렴한 임대료에 확보할 수 있어 새 매장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뱅크에는 독립 게임 매장과 보드게임 전문점, 빈티지 장난감 가게, 연중 운영되는 핼로윈 전문점, 만화책 전문점 등 독특한 상권이 형성돼 있어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버뱅크의 성공은 단순히 기업 몇 곳을 유치한 결과가 아니라 신속한 행정, 적극적인 기업 지원, 깨끗한 거리 관리, 노숙자 대응, 주택 공급 확대, 편리한 주차 환경을 동시에 추진한 종합 전략의 성과라고 분석한다.
 
침체된 LA 다운타운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대규모 개발 사업뿐 아니라 기업과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 서비스와 주거 공급 확대를 병행하는 버뱅크식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문은 8월 7일자 ’Beautiful downtown Burbank isn‘t a punchline. The city is booming while downtown L.A. struggles’ 입니다.

로저 빈센트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