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리사·뷔가 낀 반지 정체…요즘 자기 관리 격전지는 ‘손가락’ [비크닉]

중앙일보

2026.08.13 01: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최근 리사·뷔·킴 카다시안까지 셀럽들의 손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반지가 있다. 언뜻 보면 심플한 주얼리 같지만, IT 기업이 만든 ‘웨어러블(착용할 수 있는) 기기’다. 손가락에 끼고 자는 것만으로 하루의 몸 상태를 기록하고, 다음날 컨디션까지 알려주는 ‘스마트 링’이다.
평소 스마트 링을 애용하는 블랙핑크 리사(왼)와 BTS 뷔(오른쪽). 사진 SNS 갈무리

평소 스마트 링을 애용하는 블랙핑크 리사(왼)와 BTS 뷔(오른쪽). 사진 SNS 갈무리

웨어러블 기기의 격전지가 손목에서 손가락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스마트 워치가 장악했던 웨어러블 시장에 패션과 테크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마트 링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화면 없어도 괜찮아”…매일 끼는 작은 ‘존재감’
스마트 링의 강점은 24시간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잘 때나 샤워할 때도 몸에 지닐 수 있고, 제품에 따라 한 번 충전하면 최대 일주일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워치가 충전을 위해 손목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있다면, 스마트 링은 늘 손가락에 남아 하루의 데이터를 끊김 없이 기록한다. 미세혈관이 밀집된 손가락에 착용하는 만큼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데도 유리하다. 탑재된 센서는 수면·심박수·체온 변화·활동량·혈중산소포화도 등 건강 데이터를 측정한다.

핀란드 헬스 테크 기업 오우라는 전 세계 스마트 링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최근 발매한 5세대 제품 가격은 약 70만원대로 ‘스마트 링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핀란드 헬스 테크 기업 오우라는 전 세계 스마트 링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최근 발매한 5세대 제품 가격은 약 70만원대로 ‘스마트 링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 밤새 깊이 자지 못해 컨디션이 나쁠 수 있어요. 오늘은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세요. "

손가락에 끼고 잠든 사이 스마트 링은 수면 단계를 분석하고 심박 수나 체온 변화 등을 측정한다. 다음 날 아침 앱에서 수면 상태와 컨디션을 분석해 보여준다. 평소에는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내가 얼마나 잘 쉬고 있는지’를 명확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사용자도 수면 분석 기능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스마트 링을 1년 동안 사용했다는 직장인 이혜원(29)씨는 “헬스나 수영처럼 손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할 때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빼두는 편”이라면서도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어 수면 데이터 분석은 꽤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잠을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건강과 컨디션을 관리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최근 슬립 테크 흐름과도 닿아 있다.
오우라는 스마트 링과 연동하는 자체 앱을 통해 수면 및 심박수, 스트레스 등 50가지 건강 데이터를 제공한다. 사진 오우라

오우라는 스마트 링과 연동하는 자체 앱을 통해 수면 및 심박수, 스트레스 등 50가지 건강 데이터를 제공한다. 사진 오우라


비싸고 낯선 기기에서 일상품으로
스마트 링의 역사는 2015년 핀란드 헬스테크 기업 오우라(Oura)가 ‘오우라 링’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오우라는 기술력과 디자인을 앞세워 시장을 이끌어왔고, 2024년에는 삼성전자도 ‘갤럭시 링’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얇고 가벼운 디자인에 손가락 제스처로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스마트 링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첫 갤럭시 링을 공개했다. 가벼운 티타늄 소재와 10 ATM 방수 기능을 지녔으며 갤럭시 AI를 통해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첫 갤럭시 링을 공개했다. 가벼운 티타늄 소재와 10 ATM 방수 기능을 지녔으며 갤럭시 AI를 통해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다. 사진 삼성전자


가격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오우라와 삼성전자의 스마트 링이 50만~70만원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형성해온 가운데, 링콘(중국), 울트라휴먼(인도), 브링(한국) 등 다양한 브랜드가 8만~10만원대 제품을 내놓으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비싸고 낯설었던 스마트 링이 이제 ‘한번 써볼 만한 기기’의 영역으로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는 달라진 스마트 링 시장을 한눈에 보여주는 무대였다. 신생 기업부터 IT 대기업까지 무려 24종의 스마트 링이 첫선을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I 챗봇으로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혈액검사 데이터를 연동하는 제품이 등장하는 한편, 피트니스 기능을 아예 빼고 다른 용도에 집중한 제품도 등장했다. 용도와 기능에 따라 빠르게 세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 링은 투박한 기기에서 벗어나 일상 주얼리와 매칭해도 좋을만큼 디자인 면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 오우라

최근 스마트 링은 투박한 기기에서 벗어나 일상 주얼리와 매칭해도 좋을만큼 디자인 면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 오우라


스마트 링의 변화는 기능이나 가격에만 그치지 않는다. 출시 초반 두껍고 뭉툭했던 디자인도 점차 매끈해지면서 주얼리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우라는 2022년 구찌와 협업하며 웨어러블 기기가 패션 아이템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여러 개의 반지와 스마트 링을 겹쳐 끼는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등 패션과의 접점도 넓히는 중이다.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 링 출하량은 490만대로 전년 대비 12.8% 증가할 전망이다. 스마트워치는 -2.8% 역성장한 가운데, 스마트 링 시장은 이후도 20%대 중반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3년 100만대 이하였던 스마트 링 출하량은 3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3년 100만대 이하였던 스마트 링 출하량은 3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반지보다 중요한 건 ‘데이터’
스마트 링의 진짜 경쟁력은 반지 자체보다 그 안에 쌓이는 데이터에 있다. 사용자는 앱에 축적된 기록을 포기하고 다른 서비스로 옮겨가기 어려워진다. 일종의 ‘락인 효과’다. 반지 하나를 팔아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사용자의 건강 기록이 쌓일수록 서비스와의 관계가 깊어진다. 스마트폰 기업들이 스마트 링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해외에서는 대중교통 결제까지 지원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개인 건강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와 손가락 굵기에 맞춰 반지 호수를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대중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갤럭시 링은 갤럭시 웨어러블앱, 삼성 헬스 앱을 통해 건강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제공한다.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갤럭시 링은 갤럭시 웨어러블앱, 삼성 헬스 앱을 통해 건강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제공한다. 사진 삼성전자 홈페이지


무엇보다 건강관리 기기인 만큼 데이터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예일대 에리카 스패츠 박사의 말을 인용해 “웨어러블 기기가 심방세동 같은 위험한 심장 박동 이상을 감지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혈압이나 수면 단계 같은 지표는 아직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수치 자체를 맹신하기보다 생체 리듬의 추세를 보라고 조언한다.

손가락 위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다만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쓰임새와 신뢰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대중화의 관건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스마트 링이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 시장으로 확산하려면 명확한 소비자 타깃 설정이 중요하다”며 “웨어러블 기기는 단순한 액세서리와 달리 일상에서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기 때문에, 최근 부상하는 웨어러블 안경과 차별화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이소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