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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의 마켓 나우] 미래를 보는 힘, 과거에서 배우는 힘

중앙일보

2026.08.13 08:04 2026.08.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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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회사 이름이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인 헤지펀드가 정작 자신의 상황은 인식하지 못했다. 전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세운 이 펀드는 AI 관련주에 집중 투자해 올해 5월까지 270%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나친 레버리지 앞에서는 통찰력도 무용지물이었다. AI 관련주가 크게 흔들리면서 대규모로 보유한 SK하이닉스 등 종목이 하락하자 마진콜에 직면한 펀드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 했고, 7월 한 달 동안 펀드 가치가 67% 감소했다.

흥미롭게도 이 펀드의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인수한 곳은 케네스 그리핀이 이끄는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이었다. 그리핀은 시타델을 운용자산 700억 달러가 넘는 세계적인 헤지펀드로 키운 월가의 대표적 투자자다. 그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때 큰 손실과 유동성 위기로 존립 위기를 경험했다. 이후 레버리지와 유동성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투자회사로 성장했다.

그리핀의 투자 철학은 지난 6월 골드만삭스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모든 극단적인 위험에 대비할 수는 없으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때도 살아남아 다시 대응할 수 있도록 포지션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벌어질 모든 일을 맞히려 하기보다, 예상이 빗나가도 시장에 남아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불과 한 달 뒤 시타델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시추에이셔널어웨어니스의 강제 매도 물량을 시장가격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인수했다.

투자에 대한 강한 확신은 포지션 집중과 레버리지 확대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레버리지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빠르게 키우지만,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투자자의 선택권을 빼앗는다. 레버리지의 가장 큰 위험은 손실을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기 전망이 맞더라도 그 전망이 실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게 만든다는 데 있다. 아셴브레너는 AI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뛰어났지만, 그 미래로 가는 주가의 경로까지 예측할 수는 없었다.

AI가 장기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믿음과 관련 주식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은 같은 것이 아니다.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조정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을 견디며 투자 아이디어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레버리지 관리와 분산투자가 필요한 이유도 단순히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결국 자신의 판단을 인정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래에 대한 통찰과 과거가 남긴 리스크 관리의 교훈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그것이 좋은 투자 아이디어를 장기적인 성과로 이어가는 힘일 것이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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