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삼성스토어 홍대에서 정서희(22), 지승연(22)씨가 새로 출시된 '갤럭시 Z폴드8'로 셀카를 찍고 있다. 이영근 기자
“이거야, 이거!”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삼성스토어. 10대 여학생 3명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갤럭시 Z폴드8’ 앞으로 향했다. 폰을 접었다 펴고 셀카까지 찍은 이들은 “진짜 탐난다”며 한동안 제품 앞을 떠나지 못했다. 갤럭시폰을 사용하는 정서희(22)씨도 “이번에 아이폰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Z폴드8을) 직접 써보니 가볍고 사진도 감성있게 나와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실제 아이폰에서 폴드8으로 ‘환승’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제 아이폰이 아재폰 같다” “10년 차 애플 덕후, 눈물 머금고 이별합니다” 등 기기변경 인증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폰17 프로’에서 폴드8로 갈아탄 정다움(26)씨도 “실물을 보자마자 너무 예뻐서 마음에 쏙 들었다”며 인스타그램에 개봉 후기를 올렸다.
세계 최초의 ‘여권형’ 폴더블폰 갤럭시 Z폴드8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사전판매는 144만 대로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 역대 가장 많이 팔렸고, 세계 누적 판매량도 500만 대를 넘어섰다. 특히 삼성닷컴 기준 사전예약 고객의 절반이 10~30대였는데, 이 중 여성구매가 전작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20대 여성은 아이폰 사용률이 67%에 달하는데, 10~30대 여성 구매 증가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애플 왕국’ 일본에서도 반응이 심상치 않다. 아이폰 점유율이 50%를 넘는 일본에서 폴드8은 지난 7일 출시 이후 일부 모델이 한때 품절됐다. 도쿄 하라주쿠 플래그십 매장의 제품 체험 신청도 매진됐다. 영상으로 인터뷰한 정보기술(IT) 엔지니어 야스무라 레오는 “일본에서 갤럭시는 여전히 마이너하지만, 폴더블에서는 애플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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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이 먼저, 설명은 나중
사람은 첫눈에 끌리고 나서 장점을 찾아보곤 한다. 스마트폰도 다르지 않다. 홍대 삼성스토어에서 만난 10~30대 여성 20명에게 폴드8의 첫인상을 물었더니 “귀엽다” “얇다” “예쁘다” “신기하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그 다음이 성능이나 사양이었다.
새 폼팩터(Form factor·기기형태)는 존재감이 확실했다. 직장인 조모(28)씨가 카페에서 폴드8을 꺼내자 직원이 “그거 이번에 새로 나온 거예요?”라며 관심을 보였다. 회식 자리에서도 폰을 펼치자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고 한다. 조씨는 “연애도 그렇지만 우선 마음에 들어야 스펙도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이목을 끄는 스마트폰을 가져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고 만족해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지고 싶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게 세일즈의 출발점인데 삼성전자가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라며 “이번에는 새로운 폼팩터를 먼저 선보이는 ‘퍼스트무버’가 되면서 차별화 욕구가 큰 소비자를 공략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삼성스토어에서 아이폰 사용자가 자신의 아이폰과 갤럭시 Z폴드8의 무게를 비교했다. Z폴드8의 무게는 201g으로, 역대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 중 가장 가볍다. 이영근 기자
하지만 ‘힙하다’는 감탄은 유효기한이 짧다. 첫눈에 시선을 붙잡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 삶에 녹아들어 경험의 만족치를 높여야 진짜 승리가 된다. 이일환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자인팀장(부사장)이 제품 외형을 넘어 “사용자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까지 디자인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폴드8의 디자인은 여권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행객들이 여권을 들고 다니듯, 한 손에 무리없이 잡히면서도 펼치면 넓은 화면을 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폴더블폰에는 ‘굳이 접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따라붙었지만, 폴드8은 접었을 때와 펼쳤을 때 각각의 사용 가치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은 “폴드8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게 유튜브·웹툰·e북 등 콘텐트 소비 경험을 극대화한 폼팩터”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공식 출시일인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갤럭시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새로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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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현실이 된 ‘여권폰’
이런 디자인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이미 지갑이나 여권처럼 접고 펼치는 4대3 비율의 스마트폰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너무 두껍고 무거웠다.
꿈만 꾸던 ‘여권폰’을 13년 만에 현실로 만든 건 결국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드8에 기존보다 강도를 약 20배 높인 ‘티타늄 합금 필름’을 적용해 디스플레이 두께를 12% 줄였다. ‘강화 티타늄 플레이트’도 새로 개발해 미세 홀 크기를 줄여 접힘 부위를 더 촘촘하게 받치도록 했다. 덕분에 폴더블폰의 약점인 화면 주름도 대폭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2013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기조 연설에서 지갑이나 여권 형태의 4대3 비율 폴더블폰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유튜브 채널 'SMD Wireless' 캡처
변수는 애플의 폴더블 시장 진입이다. 애플은 오는 9월 ‘아이폰 울트라’라는 이름의 4대3 비율 폴더블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개척한 ‘여권형 폴더블’ 시장에 애플까지 가세하면 폼팩터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은 “성숙한 시장에는 더 많은 기업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폼팩터 혁신은 한번 이뤄지면 오래 기간 이어지기 때문에, 진짜 승부는 ‘새로움’이 시들해지고 난 뒤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첫눈의 매혹을 지속적인 사용 경험으로 이어가는 게 다음 과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신제품은 디자인과 성능을 모두 챙겼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면서도 “가격 경쟁력에서 계속 앞서고 인공지능(AI) 생태계도 강화해야 삼성이 폴더블 시장 1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