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18E 수퍼 호넷이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과의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미군이 중동에 장기 배치한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조지워싱턴함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영국의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습 명령으로 시작된 이번 이란전쟁의 여파로 9개월째 파병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링컨함 승조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파병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갑판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등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9일 미 해군 병사가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갑판에서 작업하고 있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출항한 뒤 이란전쟁에 긴급 재투입돼 9개월째 작전을 이어가면서 5000명의 승조원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1일 미국 샌디에이고를 출항한 링컨함의 작전은 당초 지난 5월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전쟁을 앞둔 지난 1월 중동 지역에 재배치됐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작전 기간은 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특히 리처드 블루먼솔(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헝 카오 미 해군 장관 대행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링컨함은 200일 이상 단 한 번도 항구에 정박하지 않은 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연속 해상 체류 일수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블루먼솔 의원은 서한에서 “기본 생필품 부족, 수질 오염, 배관 문제, 정신 건강 악화, 갑판 안전 문제, 우편 시스템 차질 등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미 해군 병사가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작업하고 있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출항한 뒤 이란전쟁에 긴급 재투입돼 9개월째 작전을 이어가면서 5000명의 승조원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해군 수뇌부와 링컨함 승조원 가족들의 간담회에선 지속되는 파병에 내몰린 일부 승조원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직면해 바다로 투신을 시도했다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투신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한 승조원의 배우자는 “남편이 불명예 제대를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너무 지쳤다는 이유로 13년간의 군 경력이 한순간에 끝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조원의 아내도 자기 남편이 투신을 시도한 동료 승조원을 갑판으로 끌어올렸다고 소개했다.
링컨함에는 약 500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다. 승조원들의 가족은 이들이 곰팡이가 핀 샤워실과 고장 난 화장실, 세탁 시설 운영과 온수 공급 중단, 식량 및 생필품 부족 등에 직면해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13일(현지시간) 파나마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다국적 군사 훈련 ‘파나맥스 2026(PANAMAX 2026)’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마이크 레빈(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나라를 위해 복무하는 장병들에게 최소한 따뜻한 물과 제대로 작동하는 화장실,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 해군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장기 파병이 장병과 가족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링컨함에서는 깨끗한 물과 냉방시설, 정상적인 음식이 제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승조원 가족들이 진술한 자살 시도 등에 대해서도 “그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클럽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 전쟁의 장기화로 9달째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승조원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가운데,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우려에 대응해 골프장에도 스팅어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한 모습이 확인된다. 소셜미디어 캡쳐
해군 측은 링컨과 조지워싱턴함의 교대 배치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링컨함 내 생활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전에 이미 계획돼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조지워싱턴함은 최근 몇 주간 태평양 일대에서 작전을 수행해왔다. WSJ은 조지워싱턴함이 이번 주에서야 유도미사일 구축함들과 함께 말라카 해협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링컨함을 대체해 조지워싱턴함이 투입될 예정인 호르무즈해협의 긴장 상황은 언제 종료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난 우리가 이것을 계속 유지하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자신들이 해협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도 X(옛 트위터)에 전날 호르무즈해협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서 훨씬 더 큰 오판을 하고 있다”며 “가짜 뉴스보다 더 최악은 바로 가짜 정보다. 주의하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광장에 설치된 이란의 미사일 옆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라그치 장관은 이어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의 완전한 관리와 통제하에 있다”며 “어떤 상선이나 유조선도 이란군 통제와 승인 없이는 해협을 안전하게 지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정보 실패로 인해 오랫동안 오판을 거듭해 왔으며, 대(對)이란 전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썼다.
튀르키예 언론은 앞서 미국과 이란이 휴전 60일 연장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란은 곧바로 이를 부인한 상태다. 이란은 더 나아가 “전쟁을 (트럼프)다음 미국 대통령의 임기까지 연장할 수 있다”며 “다음 대통령의 임기까지 전쟁을 장기화해 소모전을 벌이면 다른 누구든 이란을 공격할 때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최소 45대의 첨단 무인 공격기 MQ-9 리퍼 드론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45대는 미군 전체가 보유한 리퍼 약 185대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한다.
한미 연합 훈련에 동원된 ‘하늘의 암살자’ MQ-9 리퍼 공격기. 연합뉴스
탑재 센서와 무기 종류에 따라 리퍼의 대당 비용은 3000만∼5000만달러(약 426억∼710억원) 수준이다. 45대의 리퍼가 소진됐다면 손실규모는 최저 13억달러(약 1조8500억원)에 달한다.
리퍼 외에도 미군의 첨단 공격 무지와 탄약이 소진됐다는 관측은 지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의 페트리엇 방공 미사일 재고는 1700발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아시아와 유럽에 배치된 물량을 중동으로 차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WP은 방공 자산 부족으로 미군 사령관들은 미군 인명 피해 가능성이 낮은 미사일 공격에 대해선 대응을 자제하며 비축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 국방부는 무기 비축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