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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부자들 "미국 여차하면 다른 나라로"

Los Angeles

2026.08.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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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안에 '골든 비자' 급증
해외 거주권·시민권 문의 3배
58만불 투자하면 포르투갈로
실리콘밸리는 뉴질랜드 선호
포르투갈 골든 비자를 안내하는 포르투갈 총영사관 홈페이지. [웹사이트 캡처]

포르투갈 골든 비자를 안내하는 포르투갈 총영사관 홈페이지. [웹사이트 캡처]

캘리포니아 부유층 사이에서 거액을 투자해 해외 거주권이나 시민권을 얻는 이른바 ‘골든 비자(Golden Visa)’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당장 미국을 떠나지는 않더라도 상황이 악화하면 언제든 이주할 수 있도록 대안(플랜B)을 마련해두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 아키텍트로 일하는 한인 재 김(Jae Kim)씨도 그중 한 명이다.
 
LA타임스가 1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김씨와 아내 애니 에이킨씨는 4세 아들과 함께 포르투갈 거주권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출생증명서 공증과 지문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 50만 유로(약 58만 달러)를 투자펀드에 넣을 계획이다.
 
김씨 가족은 거주권을 얻더라도 당장 포르투갈로 이주할 생각은 없다. 미국의 정치 상황과 향후 전쟁 가능성 등을 우려해 만일의 경우 갈 수 있는 나라를 하나 더 준비해두려는 것이다.
 
아들의 미래도 고려했다. 거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으면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유럽 대학에 진학하거나 현지에서 취업할 기회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선택권”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부유층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투자이민 전문업체 헨리&파트너스에 따르면 해외 거주권이나 시민권을 문의한 미국인은 2025년 1분기 전년 동기보다 183% 급증해 약 3배로 늘었다. 당시 전체 문의의 30% 이상을 미국인이 차지했으며, 2024년 미국인 고객 수도 2019년보다 100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가주 부유층의 관심이 두드러진다. 관련 업체들에 따르면 해외 거주권을 찾는 전 세계 고객 가운데 많게는 5명 중 1명이 가주 주민이다.
 
첨단기술 분야의 억만장자이자 전 가주 주민인 피터 틸도 해외 시민권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틸은 미국의 앞날을 우려해 아르헨티나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말 가주 유권자 표결에 부쳐질 억만장자 대상 부유세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투자이민업체 래티튜드의 에릭 메이저 대표는 미국인 고객의 약 85%가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해외 거주권이나 시민권을 찾는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등 미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주된 이유라는 설명이다.
 
뉴질랜드로 향하는 미국 부유층도 크게 늘었다. 뉴질랜드 이민당국에 따르면 투자비자 제도가 개편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 23일까지 미국인 신청자는 277명으로 모든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동반 가족을 합치면 838명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5일 뉴질랜드 투자비자에 가주 부유층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부유층 사이에서는 뉴질랜드 거주권이 일종의 ‘훈장’처럼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장 미국을 떠나기보다 상황이 바뀔 경우 언제든 다른 나라로 옮겨갈 수 있는 ‘플랜B’를 돈으로 마련해두는 성격이 강하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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