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온 지가 45년이 되었으니 거의 반세기가 된 셈이다. 처음 이민 왔을 때 오렌지카운티 파운틴밸리에서 살게 되었다.
척 스미스 목사가 목회하시는 코스타메사의 갈보리 교회에(Calvary Chapel) 다니기 시작했다. 이 교회에 나가면서 자연히 코스타메사에 있는 시거스트롬홀(Segerstrom Hall)에 자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뮤지컬, 콘서트 등을 관람하곤 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애너하임으로 이사하면서 거리가 멀어져 그곳에 자주 가지를 못했고, 나중에는 나이가 들면서 운전이 힘들어 거의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곳에 올 기회가 다시 생겨 매우 기뻤다. 나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님 덕분이었다.
지난 5월 30일 나의 신앙 시집 ‘내 작은 발걸음마다’ 출판기념회를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가졌다. 나를 가르치는 교수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싶다며 본인이 축사 하겠으니, 통역을 좀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의 시집이 한영 시집이 아니고 한글로만 된 시집이라 전혀 이해를 못 할 텐데 무슨 축사를 하느냐며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영어반에서 내가 예수님에 대한 영시를 써서 늘 발표했기 때문에 나의 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꼭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허락했다
교수님은 출판기념회 날 꽃다발을 들고 와 축하해 주었고 축사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교수님은 시거스트롬홀에서 공연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 입장권 선물까지 주는 게 아닌가. 입장권은 받았지만 운전해 그곳까지 갈 수가 없으니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교수님은 같은 영어반 학생들에게 부탁해 나를 차에 태우고 가 함께 관람하라고 모든 준비를 해 놓았다. 너무나 섬세한 배려심에 나는 마음이 울컥했다.
이 여자 교수님은 러시아에서 온 이민자라 평소에도 같은 이민자 처지인 나를 누구보다 아껴주고 사랑해 주어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같은 반에서 영어 공부하는 일본 여학생과 페루에서 온 여학생, 그리고 이란에서 온 여학생 등 3명과 나는 함께 차를 타고 시거스트롬홀에 도착했다. 서둘러 오다 보니 공연 시작 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우리는 야외 공연장 자리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본인과 가족 이야기 등을 하다가 시간이 되어 공연장(Segerstrom Center for the Arts)으로 들어갔다.
젊은 학생들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나를 부축하며 친절하게 나를 안내해 무사히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한결같이 부모 모시듯 잘 보살펴 주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69년에 한국에서도 상영된 영화로 너무 감동적이어서 잊을 수 없었던 명화로 기억에 남아 있다. 배우들이 직접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감회가 새롭고 신선했다.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오스트리아의 트랩 대령이 독일 나치에 합병된 조국에 발붙일 수 없게 되자 자녀들과 아내를 이끌고 탈출하는 모습은 정말 눈물겨웠다. 한 막이 끝날 때마다 우레같은박수갈채가장내를 뒤흔들었다.
공연이 끝난 후 이 젊은 학생들은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민 와서 많은 한인 친구들을 사귀고 믿음의 기도 동지로 서로 친하게 지내지만, 이들과는 또 다른 사랑을 이 젊은 학생들에게서 느낄 수가 있었다. 이날의 경험은 내 생에잊지 못할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 거리가 되었다. 나는 너무 고마워서 우리 집에 꼭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했더니 너무나들 좋아했다.
새삼 문화인이 된 기분이었고 젊은 학생들과 어울려 나도 함께 젊어지는 것 같아 정말로 기분 좋은 하루였다. 이 모든 일에 하나님이 여호와 이래로 준비하셨다고 생각하니 하나님께 감사가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