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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AI도 싸고 괜찮은 것이 시장을 삼킨다

Los Angeles

2026.08.1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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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정 / LA독자

레지나 정 / LA독자

지난달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Moonshot)의 ‘키미(Kimi) K3’가 공개되자 미국 테크 업계가 술렁였다. K3는 총 2조 800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대규모 개방형 모델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가격과 개방성에 있다. 개방형 모델은 가중치(weight)가 공개돼 누구나 내려받아 자기 서버에서 돌릴 수 있다. 중국 AI랩들이 개방형 AI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면서, 기술 우위를 자랑하던 미국의 최고급 모델은 비싸서 특정 용도에만 쓰는 틈새 제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1년 사이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최첨단 모델과의 격차를 예상보다 빠르게 좁혔다. 문샷의 ‘키미 K3’, 즈푸(Z.ai)의 ‘GLM-5.2’, 딥시크의 ‘V4-플래시’ 같은 모델이 잇달아 등장했고, 이들의 공통점은 개방성과 가격 경쟁력이다. 특히 K3는 중국 AI가 단순한 추격자를 넘어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의 공급자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패권 경쟁의 승부는 누가 세계의 개발자와 기업, 학교와 정부가 사용하는 AI의 표준을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로펌 ‘홀랜드&나이트’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부법률고문이었던 패트릭 차일드리스는 8월 5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미·중 AI 경쟁의 본질을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의 전략은 가장 뛰어난 AI가 아니라, 싸고 괜찮은 AI를 세계에 대량으로 뿌리는 것이므로, 미국은 정부기관과 국방, 핵심 기반시설에서 중국산 모델 사용을 제한하고, 세계를 겨냥한 미국산 저비용·고효율 모델의 출시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이 된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1953년 제1차 5개년 계획 이후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장기 산업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고,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에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와 함께 기술 이전을 유도하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중국은 드론,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핵심 제조업에서 압도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했고, 산업용 로봇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제 중국은 제조업에서 통했던 ‘싸게, 많이, 세계에 뿌리기’ 방식을 AI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AI 전문 인력도 풍부하다. 칭화대의 야오반(2005년)과 베이징대의 튜링반(2017년)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배출된 인재들은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이 되거나, 학계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을 취재해 온 에번 오스노스는 최근 시 뉴요커에 ‘미래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The Future, Made in China)’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는 미국의 이민과 연구 정책 변화가 중국계 고급 인재의 귀국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중국은 해외에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K비자’ 제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AI 경쟁은 기술 경쟁인 동시에 자본 경쟁이다. 미국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운영 사업자)의 올해 설비투자는 7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과 특수목적법인(SPV)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조기에 AI 투자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반면 중국 AI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미국보다 작지만, AI 생태계에 국가의 자금과 정책 지원이 결합해 있다. 덕분에 자금 압박을 덜 받는다. 더욱이 오픈AI와앤트로픽 등 미국 AI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이 가짜 계정으로 자사의 모델 출력을 확보하고 이를 증류(distillation, 남의 모델 출력을 받아 자기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하는 방식으로 비용과 시간을 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쥐면 중국의 기술 표준과 안전 규칙, 가치관, 나아가 정치적 편향의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산 AI는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로 확산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도 메타와 엔비디아 등이 참여한 개방형 AI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싸고 괜찮은 모델을 얼마나 빠르고 공격적으로 세계에 공급하느냐다. 최고급 모델을 지키려다 세계 AI 시장과 개발자 생태계를 넘겨줄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을 기술적으로 추월하지 않아도 시장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레지나 정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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