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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를 달려 그 길 끝에 약속의 땅이 있었다

Los Angeles

2026.08.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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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속 자연 여행 블로거]
엘로스톤 로드
옐로스톤 국립공원 머드 볼케노에 나타난 바이슨이 여행객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머드 볼케노에 나타난 바이슨이 여행객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나운 땅의 사람들: 아메리카 프리미벌'은 1850년대 미국 서부의 야만성과 거친 생명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개척자와 원주민, 몰몬교도들이 충돌하던 황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대자연의 원형이 맞부딪친 생존의 무대였다. 매년 5월부터 9월 말까지만 여행이 허락되는 옐로스톤 로드는 백여 년 전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나던 야생의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역사 여행이다.
 
사막에 세운 약속의 도시
 
출발점은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다. 1847년 브리검 영이 이끄는 몰몬교도들이 사막 한가운데 일군 이 도시는 신앙과 개척 정신의 결정체다. 웅장한 신전과 유타 주청사는 화강암과 구리, 석회암으로 '사막에 세운 약속의 땅'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주청사 동쪽 입구에는 1621년 굶주림에 시달리던 청교도들에게 농사법을 알려주고 최초의 추수감사절을 함께한 메사소이트 추장의 동상이 서 있다. 이방인에게 손을 내밀었던 그의 환대와 평화 정신은 오늘날에도 포용과 개척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도심을 벗어나면 정유공장의 플레어 스택이 불꽃을 피우며 유타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박해를 피해 황무지로 밀려났던 개척자들의 땅이 자급자족을 넘어 서부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바뀐 것이다. 북쪽 마라드 골짜기에는 조셉 스미스의 보디가드였던 휴 문의 무덤이 있다. 그는 죽어서도 성지인 유타에 묻히길 바랐지만 후대의 정확한 측량 결과 무덤은 몇 피트 차이로 아이다호 땅에 속하게 됐다. 주경계선조차 가르지 못한 한 인간의 순수한 신념이 고요한 흙 속에 남아 있다.
 
아이다호주에 위치한 아이다호 폴스(폭포)는 스네이크 강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폭포로 8킬로미터의 산책로와 멀리보이는 몰몬 성전이 한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아이다호주에 위치한 아이다호 폴스(폭포)는 스네이크 강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폭포로 8킬로미터의 산책로와 멀리보이는 몰몬 성전이 한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바라본 94미터의 로워폭포.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바라본 94미터의 로워폭포.

개척의 길에서 만난 도시
 
아이다호주 포카텔로는 쇼쇼니 부족의 추장 이름을 딴 도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도 부족의 생존을 위해 평화를 모색했던 포카텔로 추장의 이름은 지금도 도시의 정체성을 이룬다. 이곳은 오리건 트레일과 포트너프 협곡의 길목이자 유니언 퍼시픽 철도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남서쪽 시티 오브 록스에는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들이 바위 도시처럼 솟아 서부 개척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아이다호 주립대의 홀트 아레나는 혹독한 겨울에도 경기를 이어가기 위해 1970년 세운 세계 최초의 대학 실내 돔구장으로, 자연에 맞선 현대판 개척 정신을 상징한다.
 
감자밭과 알파파 평원을 지나면 스네이크강의 폭포가 흐르는 아이다호 폴스에 닿는다. 풍요로운 농업용수와 폭포의 이미지에서 이름을 얻은 이 도시는 1949년 외곽에 국립 원자력 연구시설이 들어서며 세계 최초로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 과학도시로 거듭났다. 드넓은 농경지와 첨단 에너지 시설이 공존하는 풍경은 서부 개척의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침내 와이오밍주에 들어서면 옐로스톤의 원시적 풍경이 펼쳐진다. 바이슨 무리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간헐천의 수증기, 유황 냄새가 뒤섞인 대지는 인간이 감히 소유할 수 없는 자연의 위엄을 드러낸다. 탐험가 존 콜터와 짐 브리저가 이 기이한 풍경을 세상에 전했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허풍이나 서부의 신화로 여겼다. '콜터의 지옥'이라 불린 이야기는 이후 정부 탐험대와 학자들의 조사로 사실임이 밝혀졌고, 1872년 옐로스톤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랜드티톤 산맥을 바라볼 수 있는 랑데뷰 산 정상의 스카이워크 전망대 높이가 3200미터 정도에 이른다.

그랜드티톤 산맥을 바라볼 수 있는 랑데뷰 산 정상의 스카이워크 전망대 높이가 3200미터 정도에 이른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온천수인 사일렉스 스프링.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온천수인 사일렉스 스프링.

옐로스톤 국립공원 미드웨이 가이저의 대표 온천인 그랜드 프라즈메틱.

옐로스톤 국립공원 미드웨이 가이저의 대표 온천인 그랜드 프라즈메틱.

대자연이 남긴 마지막 장면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옆에는 1904년 지어진 올드 페이스풀 인이 자리한다. 7층 높이의 통나무 천장과 웅장한 가위형 트러스, 현지 화산암 500톤을 쌓아 만든 벽난로는 자연과 동행해 온 인간의 품격을 보여준다. 북쪽 입구인 몬태나주 가디너의 루즈벨트 아치에는 '국민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자연을 소유물이 아닌 모두가 누려야 할 공동의 유산으로 바라보라는 선언이다.
 
맘모스 핫 스프링스에 이르면 온천수가 수천 년 동안 빚어낸 트래버틴 계단 뒤로 몬태나의 '빅 스카이'가 펼쳐진다. 막힘없는 하늘과 광활한 대지는 긴 여정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다. 남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영화 '셰인'의 배경이 된 그랜드 티톤 산맥이 장엄한 여운을 잇는다. 이곳 잭슨홀은 1989년 미·소 외교 수장이 냉전 완화를 논의한 무대였고, 오늘날에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방향을 논의하는 장소가 됐다. 수십만 년 침묵해 온 바위 봉우리 아래에서 인간은 전쟁을 멈추고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솔트레이크의 신념에서 시작해 포카텔로의 전설과 옐로스톤, 몬태나와 그랜드 티톤으로 이어지는 길. '사나운 땅의 사람들'이 갈망했던 약속의 땅은 결국 거친 환경을 견디며 오늘까지 남은 이 장엄한 자연인지도 모른다. 광활한 서부의 도로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뜨겁게 살아 숨 쉬는 미국의 원형과 마주한다.
 
삼호관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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