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모세빵집 권오근 대표] 5일의 기다림이 빚어낸 빵…예순에 시작한 '인생 2막'

Los Angeles

2026.08.13 23:4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밀가루·물·소금·천연 효모재료
SAT 강사서 사워도우 장인으로
"이제는 사람을 키우고 싶다"
빵 한 덩어리가 완성되기까지 꼬박 5일. 샌타애나의 사워도우 전문 베이커리 '모세빵집(Moses Bread)'은 빠르고 편리한 방식 대신 오랜 기다림을 고집한다. 천연 발효종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발효시키는 것이 이곳의 원칙이다.
 
사워도우는 인스턴트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종으로 만드는 빵이다. 모세빵집은 밀가루와 물, 바다소금, 천연효모 단 네 가지 기본 재료를 사용한다. 권오근(Moses Kwon.69) 대표는 "우리는 혀보다 몸이 즐거워하는 빵을 만든다"고 말한다. 모양과 속 재료에 따라 이름은 달라도 판매하는 빵의 기본은 모두 사워도우다.
 
최근에는 이 '속 편한 빵'을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타인종 고객이 주를 이뤘지만 한인사회에도 알려지면서 한인 고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량 생산을 하지 않아 오후가 되기 전 빵이 동나는 날도 많다.  
 
대부분의 제품을 최소 이틀 전 예약 주문을 받아 만드는 것도 긴 발효 시간과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원칙 때문이다. 미리 대량 생산하기보다 고객이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권 대표가 제빵을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SAT 영어 강사로 1999년부터 어바인에서 학원을 운영했다. 인생의 방향이 바뀐 것은 2012년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쓰러지면서다. 2년 뒤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심장혈관에 스텐트 8개를 삽입하는 큰 치료를 받은 그는 건강과 먹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관련 책과 자료를 파고들던 중 "좋은 제빵사는 밀에서 설탕을 끌어낸다"는 문장을 접했고, 그 의미를 찾아가다 '발효'에 닿았다. 사워도우에 매료된 그는 2017년 작은 공방에서 빵을 구워 주변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의 영어 이름을 딴 모세빵집은 그렇게 예순의 나이에 출발했다.
 
전환점은 2020년 팬데믹이었다.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손님이 늘었고, 취미처럼 시작한 제빵은 본격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에는 영국 라이프스타일 매체 'Lux Life'가 모세빵집을 미국 최고의 사워도우 베이커리로 소개했고, OC레지스터가 선정한 10대 베이커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권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재료와 발효 과정만큼은 편리함이나 생산성을 이유로 바꾸지 않는다. 한 고객이 "내일 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을 받는데 이 빵을 먹고 힘내겠다"고 했을 때는 제빵을 시작한 보람을 다시 느꼈다고 한다.
 
이제 그의 다음 목표는 매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권 대표는 "빵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왜 이런 재료를 쓰고, 왜 닷새를 기다려야 하는지까지 전하고 싶다"며 "은퇴 후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도 기술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SAT 학원 원장에서 병마를 딛고 사워도우 장인으로 인생 2막을 연 권 대표. 모세빵집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어쩌면 '시간'인지도 모른다. 서두르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5일의 기다림 속에 빵 한 덩어리가 완성되듯, 그의 인생 2막도 시간과 정성을 더하며 깊어지고 있다.  
 
▶문의: (714) 659 -1717
 
▶주소: 2405 N. Tustin Ave., Santa Ana
 
▶웹사이트: www.moses-bread.com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