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국내 주요 협력사 대표들을 잇따라 만났다. 게이츠 이사장은 2008년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도 창업했는데, SMR 상용화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SMR 동맹’ 관계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Natrium)'미국 SMR 시장의 선두 기업 중 하나인 테라파워는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의 상업용 SMR 건설 허가를 받은 뒤 미국 와이오밍주에 ‘나트륨(Natrium) SMR’ 건설을 추진 중이다. 나트륨 원자로는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냉각제로 사용해 고압 운전이 필요없어 안전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로다. 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방한은 상업용 SMR 사업의 성과가 처음 가시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주목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이날 오후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도 참석했다. 앞서 5월 테라파워는 HD현대, 현대건설과 함께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차세대 SMR인 나트륨 원자로를 상용화하기 위해 테라파워가 나트륨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는 원자로 주기기를 제작하며 현대건설은 설계·조달·시공(EPC)을 맡기로 했다.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 투자를 시작으로 2024년 12월부터 나트륨 원자로에 탑재되는 원통형 원자로를 제작해 왔고, 나트륨 원자로의 제조 타당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1년간 함께 연구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은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체 기술 개발과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는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게이츠 이사장 방한 당시 정 회장과 악수하는 빌 게이츠 이사장. 사진 HD현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게이츠 이사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오후에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가 서울 모처에서 만나 SMR 협력과 차세대 SMR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2대 주주다.
이날 합의서에는 SMR 상용 프로젝트에 SK이노베이션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국내 나트륨 SMR 사업 개발과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 발굴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한국형 나트륨 SMR 모델인 ‘K나트륨’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테라파워의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넘어 SMR 사업 개발과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이날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핵심 기자재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원자로 보호용기, 지지 구조물, 내부 구조물 등을 제작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4년 12월 테라파워 핵심 기자재의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한 이후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사장은 “테라파워와 다년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SMR 제조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공급 기업으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게이츠 이사장은 조정식 국회의장, 한성숙 국무총리도 잇따라 만났다. 한 총리는 테라파워가 우리 기업과 투자부터 건설까지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게이츠 이사장도 SMR 생태계 조성에 한국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