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에게 건강검진은 이상한 숙제다. 받아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가족들 검진은 챙기면서 정작 자신의 예약은 자꾸만 미룬다.
한진우(57) 한의사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차돌멩이 같다’고 믿었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없었고, 겨울에도 내복을 입지 않았다. 등산·자전거·골프 등 운동도 잘했다. 몸은 늘 자신감의 근거였다.
그래서 만 50세가 될 때까지 대장 내시경을 받지 않았다. 국가 무료 검진 시기인 50세에 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미루면 미룰수록 마음 한구석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바빠서라고 말하지만 마음속에는 사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혹시 정말 무언가 발견되면 어쩌지.’
생애 처음 받은 대장 내시경, 그는 그 영상을 보는 순간 직감했다.
‘누가 봐도 암이구나.’ 림프샘 8개까지 번진 대장암 3기였다.
" 그때 그 피로감을 방치하는 게 아니었는데…. 원인은 암이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안 해본 게 없었어요. "
한진우 한의사가 2019년 대장암 3기 수술을 받고 입원실에서 누워 있는 모습.
돌이켜 보면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유독 마음에 걸리는 몇 년의 시간이 있었다. 몸을 혹사시키는 걸 알았지만 가장이기에 그저 버텨야 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그 몇 년 사이 몸 안에선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을 겁니다.”
인생이란 참 알 수 없었다. 그는 평생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해석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던 일은 알아채지 못했다.
환자가 되어보고 나서야 수술 후 회복의 시간은 온전히 환자의 몫이라는 걸 깨달았다. 항암 치료 중 아픈 곳이 있어 담당의에게 호소했지만 “그럴 리가요”라는 차가운 답이 돌아왔다. 항암 관리법에 대해 들은 조언이라곤 “하고 싶으면 하시고, 맛있는 거 드세요”가 전부였다.
막막했지만 아쉬워할 시간도 없었다. ‘암 덩어리를 안전하게 절제해 준 것만으로 의사의 몫은 다 한 것이다’ 생각했다. 집도의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재발 방지와 관리 영역은 직접 설계하기로 했다.
“원래 현대의학은 나쁜 것을 덜어내고 한의학은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는 데 강점이 있거든요.”
대장암 부르는 최악의 음식 조합
암을 극복한 한의사 한진우 원장이 뉴스페어링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Q : 평소 가장 전문적으로 보는 분야가 무엇인가요?
A : ‘미병(未病)’이라는 개념입니다. 검사상 이상이 없어도 본인은 분명히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로, 건강과 불건강 사이의 구간을 말해요. 실제 이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이 전체의 약 65%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진료 볼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약이나 치료보다 식습관, 운동, 수면 등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Q : 이렇게 건강에 대해 잘 알던 분이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가 주어졌으니까요. 건강에 대해 잘 알고, 또 실제 건강했기에 너무 자만했거든요. 가장 후회되는 시간은 40대 중반이에요. 회사 일 핑계로 암을 부르는 최악의 음식 조합을 한 3년간 먹었더니 이후 암에 걸리더군요.
한진우 한의사가 대장암을 발견하기 전 겪었던 증상은 의외로 너무 평범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고 ‘나이가 들어서’ 혹은 ‘피곤해서겠지’ 하고 넘길 만한 불편함이었다. 그는 이 증상을 없애기 위해 케겔 운동부터 한약 복용까지 안 해본 것이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