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일대에서 열린 ‘프리덤 250 그랑프리' 사전 행사에 등장한 레이싱카. AP=연합뉴스
카레이싱(자동차 경주 대회)을 실제로 봤다면 알 것이다. ‘눈 깜짝할 새’란 수식어가 무색한 스피드, 귀를 찢는 엔진 굉음, 날듯 말듯 매캐한 타이어 냄새….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또 하나의 레이싱이 펼쳐진다. 차이가 있다면 무대가 수도 한복판이란 점이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한 자동차 경주 대회 ‘프리덤 250 그랑프리(Freedom 250 Grand Prix)’가 오는 22~23일 워싱턴DC 도심 일대에서 열린다. 워싱턴DC에서 처음 열리는 경주 대회다. 비영리 대회로, 관람은 무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생일대의 행사”라며 “미국인의 애국심과 엄청난 마력, 독창성을 보여주는 멋진 무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동차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시속 190마일(약 306㎞) 이상, 심지어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질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는 백악관과 미국 의회를 잇는 대로다.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가 열리는 상징적인 도로다. 실제 경주 코스는 코너가 7개인 1.7마일(약 2.7㎞) 거리 임시 서킷이다. 의사당과 워싱턴기념탑 사이에서 출발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와 국립문서보관소, 항공우주박물관 앞을 지나 내셔널몰을 돈다. 경주차가 한 바퀴를 도는 데 53~55초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프리덤 250 그랑프리' 사전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드라이버를 옆에 둔 채 행사를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대회는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행사다. 트럼프는 지난 1월 행정명령을 통해 직접 경주 대회에 시동을 걸었다. 백악관 ‘미국 250주년 기념 태스크포스(TF)’에 수도를 관통하는 경주 코스를 기획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자’처럼 지난달 13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사전 행사에서 직접 대회 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행사에선 레이싱팀 ‘팀 펜스키’ 회장인 로저 펜스키가 맞춤 제작한 레이싱 헬멧을 트럼프에게 선물했고, 트럼프는 레이싱 드라이버들에게 챌린지 코인(대통령 기념주화)을 건넸다.
트럼프는 지난 6월에도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백악관 남쪽 잔디밭(사우스론)에 6000만 달러(약 850억원)를 들여 경기장을 짓고 종합격투기(UFC) 대회를 열었다.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로이터·입소스 설문 조사에서 백악관의 UFC 개최에 찬성한 미국인은 16%에 그쳤다. 46%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당시 디애틀랜틱은 “(트럼프의 UFC 관람은) 고대 로마의 ‘빵과 서커스’ 전략을 연상시킨다”며 “대중의 관심을 오락으로 돌리고 정치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