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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다방에 하루 400명 온다…단돈 4000원 ‘모닝세트’ 정체

중앙일보

2026.08.14 14:00 2026.08.1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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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카페 공화국’이다. 대형 체인점부터 개인 운영까지 카페가 전국에 10만 곳이 넘는다. 카페는 대도시는 물론 농촌 마을까지 진출했다. 이런 카페의 원조는 다방(茶房)이다. 다방은 카페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아직도 색다른 서비스로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는 다방이 곳곳에 있다. 대표적인 다방 몇 곳을 찾아가 봤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있는 닐다방. 김방현 기자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있는 닐다방. 김방현 기자

새벽부터 붐비는 장항 ‘닐다방’
지난 8일 오전 7시30분 충남 서천군 장항읍 창선리 닐다방. 출입구와 간판부터 전형적인 시골 다방 분위기가 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토요일인데도 20여개 좌석은 손님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손님이 주문한 메뉴는 대부분 커피, 토스트, 계란 프라이, 수프, 흑임자 죽이었다. 커피를 기본으로 토스트나 계란 프라이 중 하나, 그리고 깨죽이나 수프 등을 선택했다. 이렇게 구성한 3종 세트 메뉴 가격은 4000원. 다른 다방에서 파는 전통차 등 메뉴가 다양했지만, 아침 시간에는 이런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다방은 오전 4시에 문을 열어 오후 5시30분까지 영업한다. 하지만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시간에 가장 붐빈다. 다방 주인 송은자씨는 “이른 아침부터 토스트나 계란프라이로 식사를 대신하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고객 수는 400명을 넘는다고 한다. 21년 전부터 다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송씨는 “아주 싼 값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민은 물론 외지인까지 찾고 있다”라며 “하루 고객은 수백명이지만 계란 프라이 등 메뉴 가격이 워낙 싸서 남는 게 거의 없다. 꾸준히 찾는 고객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닐다방 메뉴. 계란프라이와 토스트, 깨죽, 스프 세트가 4000원이다. 김방현 기자

충남 서천군 장항읍 닐다방 메뉴. 계란프라이와 토스트, 깨죽, 스프 세트가 4000원이다. 김방현 기자

충남 서천군 장항읍 닐다방 메뉴표. 김방현 기자

충남 서천군 장항읍 닐다방 메뉴표. 김방현 기자

“닐다방에서 아침 식사해결”
이곳에서 만난 장항읍 주민 신동국씨는 “아침 식사를 하러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 찾는다”라며 “이곳은 단순히 차만 파는 일반 다방이나 카페와는 성격이 다른 곳”이라고 설명했다. 장항읍은 1936년 장항제련소가 세워진 이후 다방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장항읍내 다방은 제련소 교대 근무자와 뱃일을 나가는 어부 등을 상대로 조식(早食)을 팔기 시작했다. 이후 이런 문화는 지금까지 남아있다. 주변 몇몇 다방도 닐다방처럼 토스트 등을 팔고 있다.
전북 군산시 미원동 향다방. 김방현 기자

전북 군산시 미원동 향다방. 김방현 기자

짜장면 먹는 향다방
전북 군산시 미원동에 있는 ‘향다방’은 짜장면 등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향다방은 중국음식을 만들어 팔지는 않고 인근 음식점인 ‘지린성’이용 고객에게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허름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향다방에 들어서면 100여 개 화분이 반긴다. 향다방 주인 황복금(66)씨가 키우는 화분이다.

황씨는 1992년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10여 년 전 옆 건물에 들어선 지린성 고객이 다방 입구를 막는 일이 잦았다. 이를 본 황씨는 지린성을 찾아가 고객들에게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지린성 일부 고객은 음식을 포장해 향다방에 와서 먹고 있다. 또 음식을 먹으며 커피 등 음식을 주문해 마신다. 냉커피와 생 칡즙·칡차 등 대부분의 음료는 5000원이다. 음식점과 다방이 상생 모델을 만든 셈이다.

최근 지린성이 향다방에서 80m 떨어진 곳으로 확장 이전했지만, 양 업소의 공생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이곳에서 만난 20대 여성 3명은 “서울에서 관광하러 군산에 왔다가 식사 장소를 제공한다고 해서 찾았다”라며 “식사도 하고 후식도 마실 수 있어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 미원동 향다방. 김방현 기자

전북 군산시 미원동 향다방. 김방현 기자

전북 군산시 향다방에서 고객들이 짜장면을 먹고 있다. 김방현 기자

전북 군산시 향다방에서 고객들이 짜장면을 먹고 있다. 김방현 기자

주인이 한복입는 미도다방
대구에도 이색적인 다방이 있다. 대구시 중구 진골목에 있는 ‘미도다방’이 그곳이다. 이 다방은 1978년 12월 대구 중구 덕산동 미도화방 2층에 문을 연 뒤 1991년 진골목으로 이전했다. 이곳은 경북 청도 출신인 정인숙(75) 대표가 49년째 운영하고 있다. 다방에는 24개의 테이블에 오색방석 140개가 깔린 소파, 등나무 칸막이 등 복고풍 소품으로 가득하다. 다방 벽면과 바닥에 빼곡한 그림과 글씨, 수석 등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 강조하는 소품이다. 40년 넘게 미도다방을 방문했던 단골들이 기증한 것이다. 이곳은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고객이 찾고 있다.
대구 중구의 미도다방. [사진 대구시]

대구 중구의 미도다방. [사진 대구시]


미도다방 대표 정인숙씨. 중앙포토

미도다방 대표 정인숙씨. 중앙포토

이 다방은 정 대표가 한복을 입고 직접 손님을 맞는 게 눈길을 끈다. 정 대표는 “다방 전통 이미지에 맞추기 위해 한복을 입고 있다”라며 "주요 고객 취향에 맞춰 7080세대에게 맞는 음악을 많이 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전통다방이 으레 그렇듯 미도다방에서도 계란 노른자가 떠 있는 쌍화차가 인기 메뉴다. 당귀와 천궁·감초 등 18가지 약재를 넣고 6시간 동안 끓여낸 약차에 호두 등 견과류와 조청을 넣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더했다. 한 잔에 5000원인 쌍화차를 주문하면 부채 모양 전병 등 간식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미도다방의 쌍화차. [사진 대구시]

미도다방의 쌍화차. [사진 대구시]






김방현.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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