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 "추가 피해자 확인 필요, 재외동포 신고해달라" "마약 현장서 여권 발견됐다" 해외 한인 노린 보이스피싱
피의자 송환 모습[사진=충남경찰청]
캐나다와 미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를 상대로 영사와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차례로 사칭해 123억 원을 가로챈 한국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한국 경찰에 붙잡혔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조직은 해외 한인들이 한국 사법 절차에 익숙하지 않고 현지에서 한국 경찰에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렸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 외에 같은 수법으로 돈을 잃은 재외동포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캐나다와 미국 거주자들의 신고를 요청하고 있다.
영사 전화로 시작해 검사·금감원 직원으로 연결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조직원들은 캄보디아에 범죄 거점을 두고 캐나다와 미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을 상대로 전화금융사기를 벌였다.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 동안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5명이며 피해액은 123억 원에 달한다.
범행은 영사관에서 걸려온 것처럼 꾸민 전화로 시작됐다. 영사를 사칭한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검찰에서 긴급 공문이 왔다"고 말한 뒤 검사를 사칭한 다른 조직원에게 전화를 연결했다. 검사 역할을 맡은 조직원은 "마약범죄 현장에서 여권이 발견됐고 금융 범죄에 계좌가 이용됐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속였다.
이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등장해 보유 자산이 불법 자금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자산 목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이후 자금 검수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달러나 가상화폐를 송금하도록 유도해 돈을 가로챘다.
경찰이 확인한 사칭 이름에는 김정환·윤기형·김지웅 검사와 김선호 금융감독원 과장 등이 포함됐다. 여러 조직원이 영사와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으로 역할을 나눠 차례로 피해자와 통화하면서 실제 정부기관의 절차가 진행되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여권·비자 문제 꺼내 가족과 연락 차단
조직은 해외 거주자에게 민감한 여권과 비자 문제도 범행에 이용했다. 긴급 사건에 연루됐다며 피해자를 압박한 뒤 수사 내용을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과 연락하지 못하도록 했다. 피해자가 주변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하거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든 수법이다.
범행에는 피해자들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 등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도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직이 재외동포들이 한국에 거주하는 국민보다 보이스피싱 수법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한국 사법기관의 업무 절차에도 익숙하지 않은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 거주해 한국 수사기관에 곧바로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도 범행에 이용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조직원 14명을 검거했으며 붙잡히지 않은 7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하고 있다. 범죄조직의 총책 등 상선에 대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검거된 피의자 상당수는 도박 빚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미국 추가 피해자 신고 요청
경찰은 현재 확인된 15명 외에도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본 재외동포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 12일경까지 영사나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돈을 보낸 캐나다·미국 거주 재외동포들에게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훈 충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경감은 "재외동포의 경우 대사관과 영사관 홈페이지에도 사례와 수법이 소개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해 피해를 예방해 달라고 당부했다.
충북경찰청은 외교부를 통해 캐나다와 미국의 관련 공관에도 조직원 검거 사실을 알렸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영사와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을 차례로 사칭하는 범행 수법을 재외동포 사회에 알려 추가 피해를 막을 방침이다.
피해 신고·제보 안내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캐나다·미국 거주 재외동포는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 2계 3팀으로 신고하거나 제보할 수 있다. 경찰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 12일경까지 영사·검사·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로 피해를 본 재외동포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