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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대신 같이 산길 달린다…자립준비청년과 연대하는 법 [비크닉]

중앙일보

2026.08.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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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서울 남산 둘레길.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긴 날, 산길을 처음 달려보는 청년들의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산에서는 속도를 내는 것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걷기도 하고,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출발할 때만 해도 처음 만난 사이의 어색함이 남아 있었지만, 달리기 시작하자 달라졌다. 누군가 체력이 떨어지면 앞서가던 사람이 기다렸고, 때로는 옆 사람의 격려를 받으며 다시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첫 러닝을 마쳤다.

이날 산길을 달린 이들은 보호 종료 후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12명의 자립준비청년이다. 앞으로 약 6개월 동안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아 트레일러닝 훈련을 한다. 곁에는 코치뿐 아니라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또 있다.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의 임직원들이다.

남산에서 트레일러닝을 함께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과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임직원 러닝메이트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남산에서 트레일러닝을 함께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과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임직원 러닝메이트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이들이 함께 산길을 달리는 프로그램은 멀츠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시작한 ‘파인드미(FIND ME) 캠페인’이다. 파인드미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더 큰 자신감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멀츠의 기업 미션 ‘Look Better, Feel Better, Live Better’를 사회공헌 영역으로 확장한 글로벌 이니셔티브 ‘컨피던스 투 비(Confidence To Be)’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에스테틱 회사와 자립준비청년은 어떻게 연결될까. 멀츠는 캠페인 영상에서 ‘아름답다’의 ‘아름’을 ‘나’를 뜻하는 옛말에서 온 것으로 풀이하며 아름다움을 ‘나다움’으로 해석했다. 멀츠는 이런 ‘나다움’과 자신감의 의미를 사회공헌으로 확장하면서, 보호 종료 후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에 주목했다.

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자립
최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경제적 지원은 과거보다 확대됐다. 자립정착금이나 주거·취업 지원 등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데 필요한 제도도 늘어났다. 하지만 자립 이후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이 스스로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6점으로, 전체 청년 평균 6.82점보다 낮았다.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가 자립준비청년들의 내일을 응원하는 ‘파인드미’ 캠페인을 론칭했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가 자립준비청년들의 내일을 응원하는 ‘파인드미’ 캠페인을 론칭했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아이들과미래재단 담당자는 “경제적 지원은 분명 확대됐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년들의 어려움은 경제적 자립에만 있지 않다”며 “‘나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정서적 자립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호 종료와 동시에 주거와 생계, 진로 같은 큰 결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데 비해, 그 과정을 꾸준히 함께할 관계는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고민이다.

그래서 파인드미 캠페인이 ‘자립’과 함께 내세운 개념은 ‘연립(聯立)’이다. 필요할 때 타인에게 기대고, 다시 다른 사람을 지지할 수 있는 관계를 함께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7월 4일 파인드미 발대식에서 ‘자립과 연립’을 주제로 강연한 안주연 마인드맨션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누구도 혼자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평가받지 않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대인관계망이 자립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파인드미 캠페인 워크숍에서 진행된 정신과의사 안주연 원장의 자립과 연립 강연.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파인드미 캠페인 워크숍에서 진행된 정신과의사 안주연 원장의 자립과 연립 강연.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멀츠는 후원금만 전달하는 대신 임직원을 ‘러닝메이트’로 참여시켰다. 많은 사람에게 짧게 지원하기보다 12명의 청년과 6개월을 함께하는 방식을 택했다. 멀츠 담당자는 “진짜 자립은 혼자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립을 지탱해주는 연대가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봤다”며 “후원금을 전달하고 물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곁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멀츠는 이전에도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왔다. 사내 자원봉사 동호회 ‘더 멀리’를 통해 한강 플로깅과 연탄 나눔, 장애인 일자리 창출 활동 등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한두 차례의 봉사활동이 아니라 한 팀이 되어 반년을 함께 달린다.

왜 달리기, 그중에서도 산길이었을까
파인드미 캠페인이 택한 건 평지를 달리는 일반 러닝이 아니라 경사와 흙길, 돌길을 오르내리는 트레일러닝이다. 코스와 체력에 따라 걷거나 쉬면서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멀츠는 이 과정이 자립준비청년에게 전하고자 한 ‘나다운 자신감’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멀츠 담당자는 “진짜 자신감은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어려운 목표를 스스로 달성해본 경험에서 형성된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이 트레일러닝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다운 자신감’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6개월간 여정을 시작한 파인드미 캠페이너와 러닝메이트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6개월간 여정을 시작한 파인드미 캠페이너와 러닝메이트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실제 훈련을 맡은 코치가 보는 트레일러닝의 장점도 기록보다는 과정에 있다. 프로그램을 맡은 박병권 코치는 “일반 러닝은 기록과 속도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트레일러닝은 자연 속에서 체력과 컨디션을 스스로 관리하며 끝까지 완주하는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이어 “산에서는 누구와 경쟁하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립도 누군가와 경쟁해서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참가자들도 트레일러닝과 자신의 자립 과정을 겹쳐 봤다. 한 참가자는 익숙하지 않은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트레일러닝이 자신의 자립 과정과 닮았다고 했다. 단순히 운동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팀원들과 목표를 세우고 함께 도전한다는 점도 참여를 결정한 이유였다. 그는 “미처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팀원들과 함께 성장하며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런 경험의 심리적 의미도 짚었다. 익숙하고 편안한 ‘컴포트존’을 조금 벗어나 적당한 긴장과 도전을 경험하는 ‘스트레치존’에서 학습과 성장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전에 앞서 필요한 것은 실패하거나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안전감’이다. 함께 달리며 서로의 페이스를 확인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연결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이 6개월 뒤 향할 곳은 태국 치앙마이다. 오는 12월 초 열리는 ‘치앙마이 타일랜드 바이 UTMB(Chiang Mai Thailand by UTMB)’에 캠페이너 12명 전원이 참가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 월드시리즈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열리는 메이저 행사다.

12명과 함께하는 6개월의 도전
멀츠는 참가자를 뽑을 때 러닝 실력보다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의지와 동기를 중요하게 봤다. 아이들과미래재단은 신청서와 인터뷰를 통해 참여 의향과 이번 경험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를 살폈다.

훈련도 국제대회 출전을 앞두고 단기간에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짜지 않았다. 참가자 대부분이 트레일러닝 초보자인 만큼 기초 체력부터 트레일 적응, 업힐·다운힐 기술, 장비 사용법과 안전수칙, 실전 시뮬레이션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오프라인 산악 훈련 사이에는 온라인 미션과 개인 피드백도 이어진다.

자립준비청년들의 내일을 응원하는 파인드미 캠페인에 참여한 캠페이너와 러닝메이트들이 6개월간의 여정을 시작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자립준비청년들의 내일을 응원하는 파인드미 캠페인에 참여한 캠페이너와 러닝메이트들이 6개월간의 여정을 시작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멀츠 에스테틱스 코리아


박 코치는 “참가자 대부분이 트레일러닝이 처음이고 6개월 안에 국제대회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도를 높이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았다”며 “잘 달리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멀츠는 캠페인의 성과를 정량적 지표보다 참가자들의 정성적인 변화에 두고 있다. 목표 설정과 완주 경험을 통한 자기효능감, 훈련 과정에서의 정서적 안정감, 동료와 러닝메이트 사이의 사회적 연결감 등을 살필 계획이다. 6개월간의 훈련은 오는 12월 치앙마이 대회 참가로 마무리된다. 멀츠는 파인드미를 올해 한 차례로 끝내지 않고 2회, 3회로 이어갈 계획이다.

산길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속도가 느려진다. 중요한 것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게 아니라 다시 발을 내딛고 자신의 속도로 목적지까지 가는 일이다. 멀츠와 12명의 청년이 연말까지 함께 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혼자 설 수 있는 힘과, 혼자가 아닐 수 있는 힘을 동시에 기르는 것. 파인드미 캠페인이 말하는 자립은 그 두 가지 사이에 있다.
b.애쓰지
저 회사는 정의로울까? 과거 기업의 평가 기준은 숫자였습니다. 요즘은 환경(Environmental)에 대한 책임, 사회(Social)적 영향,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 이른바 ‘ESG 관점’에서 기업을 판단합니다. 비크닉은 성장과 생존을 위해 ESG에 애쓰는 기업과 브랜드를 조명합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은 잠시 잊어주세요. 착한 일은 널리 알리는 게 미덕인 시대니까요.




이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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