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충분히 자고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식사량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늘고, 한여름에도 유난히 추위를 탄다. 여기에 변비나 얼굴ㆍ손발 부종까지 동반된다면 만성 피로나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신호일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윤지영 교수의 도움말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과 진단ㆍ치료법을 정리했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에너지 대사와 체온 유지, 심장 박동, 소화 등 신체 기능 전반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이 호르몬이 부족해 몸의 신진대사가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질환이다.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72만3831명으로 2021년보다 12%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여성은 59만6352명으로 전체의 약 82%를 차지했다. 특히 중년 이후 여성과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과로나 수면 부족에 따른 피로로 여기기 쉽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지면 피로와 무기력, 졸림이 계속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다. 추위를 심하게 타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고 얼굴과 손발이 붓기도 한다. 먹는 양이 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증가하거나 변비가 지속되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피로에 지쳐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잠든 직장인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가장 흔한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다. 면역체계가 자신의 갑상선을 공격해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갑상선 수술이나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은 뒤 생기기도 하고, 일부 약물이나 요오드의 과다ㆍ부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진단은 혈액검사로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인 유리 T4와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를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기면 유리 T4는 낮아지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갑상선을 자극하는 TSH는 높아진다. 다만 초기에는 유리 T4가 정상 범위에 머물 수 있어 증상과 검사 결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의심되면 자가항체 검사도 시행한다.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하루 한 번 꾸준히 복용하면 호르몬 수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할 수 있고 피로와 무기력도 점차 좋아진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으면 다시 호르몬이 부족해질 수 있어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특히 임신 초기 태아는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의 대부분을 산모에게 의존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임신이 확인되면 약물 용량을 조절해야 할 수 있어 임신을 계획하거나 임신 중인 여성은 정기적으로 갑상선 기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방치하면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해 동맥경화와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윤 교수는 “피로는 빈혈이나 수면장애, 우울증 등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계속되고 체중 증가, 심한 추위, 변비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