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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칭찬하고, 한국엔 불만...트럼프 “내가 한미훈련 축소 지시”[view]

중앙일보

2026.08.16 15:56 2026.08.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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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언급하며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연합훈련에 돈이 많이 든다고도 다시 지적했는데, 동맹국의 안보도 비용으로 계산하는 거래주의적 관점을 또 드러낸 것이다. 동시에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 비핵화를 위한 협력 요청을 사양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자신이 직접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루스 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자신이 직접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루스 소셜 캡처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트루스 소셜에 “김정은과 내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오래 전에 미국이 한국과 연합훈련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위협적이지 않고 존경을 표해온 국가에 굉장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올렸다. “(언제나 그렇듯이)미국이 비용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어 “그래서, 이를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에, 나는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글을 올린 건 이날 오후로, 한국 시간으로 한·미가 하반기 정례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한·미는 17일부터 27일까지 UFS를 진행한다. 이번 훈련 기간 예정된 대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FTX)은 14건으로, 지난해 17건 대비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에 대해 훈련 축소가 아니라 연중 분산 실시에 따른 횟수 조정이라는 취지로 설명해 왔는데, 트럼프가 직접 축소로 못박은 것이다. 다만 한·미가 훈련 계획을 공개한 건 지난 10일로, 트럼프가 언급한 축소 지시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 이뤄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트럼프가 대남 핵 타격까지 공언하는 북한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규정하면서 방어적·연례적 성격의 연합훈련은 적대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문제 삼은 건 동맹의 안보를 우선에 두지 않는 것으로 비칠 여지가 크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이전 미 행정부들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나라의 지도자 편을 들면서 동맹에게는 등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가장 최근 사례”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김정은을 칭찬하면서 오랜 동맹에 대한 지원은 줄인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연합훈련이나 주한미군을 거래의 대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중간선거가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란전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가 이어지고, 이는 트럼프와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도 김정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김정은과 나는 정말 잘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유화 신호를 연이어 발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2기 들어서도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며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이처럼 실질적인 조치를 지시했다고 공개한 건 처음이다. 북한은 그간 연합훈련을 ‘북침 연습’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연합훈련을 “도발적”이며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는데, 이후 실제 연합훈련은 수차례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미 민주당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국계인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뉴저지)은 엑스(X, 옛 트위터)에 “한·미 동맹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게시물은 이를 경시한다는 뜻 같아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연합훈련에 대한 결정은 함께 이뤄져야 하며, 소셜 미디어에 일방적으로 발표돼선 안 된다”면서다.

미 해군 출신으로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마크 켈리 의원(애리조나)도 엑스에 “남북은 기술적으로 여전히 전쟁 중이며, 우리가 북한에 맞서 우리의 동맹을 지킬 수 있는 건 우리 군이 잘 훈련돼 있고 한국과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연합훈련의 내실을 허무는 건 근시안적인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큰 틀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이번 연합훈련을 앞두고 주한 미8군은 “제1도련선 내에서 전투력을 신속하게 투사하고 핵심 지형을 확보할 수 있는 동맹의 능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본 열도에서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 내에서 미국의 전력 투사를 제한하는 접근·지역 거부(A2·AD)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이번 훈련의 목표가 인도·태평양 유사시 대응까지 확대됐음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대북 관계와 비용이라는 다소 좁은 관점에서만 접근해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했다고 밝히며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낸 것은 트럼프의 즉흥성에서 기인하는 정책적 위험성이 다시 확인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북 억지의 주된 책임은 한국이 맡고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중 억지로 확장한다는 미국의 기조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맞잡은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트럼프는 이번 글에서 갑자기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식의 입장도 내놨다. 스스로도 “좀 상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라며 “나는 최근 한국의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에 동참하겠느냐고 물었는데, 그들은 ‘고맙지만 사양한다!(No thanks!)’고 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동참의 내용이나 형식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동맹과 우방에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하거나 재건 기금을 지원하라는 식의 무리한 요청을 거듭했는데, 비슷한 맥락에서 불만을 표출한 것일 수 있다. 서로 관계가 없는 두 지역의 안보 상황을 연계한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이 이란전에 참여하지 않은 뒤 트럼프가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는 제목으로 두 사안을 연결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오랜 동맹(한국)이 트럼프의 이란전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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